국내 정유주가 3분기 적자 전환하면서 주가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수요 개선과 유가 반등이 어려운 만큼 연말까지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각각 12.68%, 15.41% 하락했다. 외국인도 이탈했다. 외국인은 1월 2일부터 전날까지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주식을 각각 543억원, 90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올해 3분기 매출 8840억원, 영업손실 4149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석유화학부문은 재고관련손실 144억원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96%나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423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1조5631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17조657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다. 순손실은 5881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전분기 대비해서는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3775억원, 1조1422억원 줄어들었다.
국내 정유사들의 부진은 하반기 들어 평균 유가가 하락하고, 재고 관련 효과가 이어지면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월 초 83.88달러에서 9월 65.75달러까지 내려갔다. 원유 가격이 상대적 고점일 때에 매입해 정제해 원유 가격이 하락한 시점에 판매하게 되면서 마진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상황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수출 감소에 따라 공급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제마진 회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유사의 마진을 가늠할 수 있는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4~5달러)을 밑돌면서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내려 잡고 있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제 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윳값과 운송비 등 비용을 제외한 값이다. 국내 정제마진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과 비슷하게 평가된다. 올 1분기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7.3달러에서 2분기 배럴당 3.5달러로 내려앉았다. 9월 말에는 2.3달러까지 하락했다.
4분기 국제유가 하락 리스크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원유 정책이 유가 방어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로 변할 가능성 있어 국제유가 하락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OPEC+는 원유 공급량을 줄이면서 유가 하락을 방어해 올 3분기 시장점유율 46.5%(평균 51%)를 기록했지만, 최근 25개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주가 회복을 이뤄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 중이다. SK증권은 전날 에쓰오일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 5000원에서 8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유안타증권도 목표주가를 기존 11만원에서 9만원으로 낮췄다. 신한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목표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5만원으로 12% 하향 조정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는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 연말까지 약세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래깅) 하락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