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아울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키로 하는 등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기로 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주주 설득을 통해 MBK·영풍 측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반드시 막아낸다는 각오다.
13일 최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겠다"며 “고려아연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혔다.
현재 고려아연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다. 앞으로 고려아연은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개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이를 통해 이사회 운영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이 적극 반영되도록 '비지배주주 다수결 동의제(MoM)'를 정관에 추가한다. 국내에서는 관련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고려아연은 MoM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또 고려아연은 이사회의 다양성과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한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비철금속 세계 1위라는 위상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외국인 주주와 해외 투자자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뜻을 밝혔다.
더불어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경청하고 가감 없이 이사회와 경영진에 전달하는 IR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다양한 시각이 고려아연 미래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주주와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과정에 구조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주주 친화와 환원 정책도 강화할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고려아연은 주주에게 정기적인 수익을 제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분기배당 도입을 추진한다.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해 예측 가능성도 높일 계획이다. 중간 배당을 도입한 지 약 1년 만에 새로운 배당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고려아연 주주들은 앞으로 더욱 예측 가능한 배당 수익을 거두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날 내놓은 대부분의 약속은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얻어야 실현될 수 있다. 특히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것은 정관에 명시된 사항이라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한다. 고려아연 지분을 39.83% 가량 보유한 MBK·영풍 측이 찬성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구조다.
최 회장은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고려아연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 비전을 지지하는 주주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M&A로부터 국가기간산업과 고려아연을 지켜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