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팸' 문자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면서 개인정보 유출과 금융사기 등 2차·3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메시지 차단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최근 통신 3사와 불법 스팸 근절 등을 골자로 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지난 13일 통신 3사 대표와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불법 스팸이 국민들에게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극심한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며, 불법 스팸 근절을 위한 통신사들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 감사에서도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불법 스팸이 떠오를 만큼 관련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대두하고 있다.
이는 불법 스팸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휴대폰 스팸 신고 및 탐지 건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불법 스팸 건수는 2억8041만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연도별 1~8월 누계 스팸 건수는 2022년 2773만건, 2023년 1억6700만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는 전체 4억건에 육박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문자재판매사' 등록이 급증하는 등 문자발송 서비스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불법 스팸이 늘어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문자재판매사는 인터넷 망을 이용해 다량의 문자전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이들은 기업이나 단체, 개인 등이 대량으로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6월 기준 문자재판매사는 1174개를 기록하는 등 난립하고 있다.
불법 스팸 문자는 URL 클릭을 통해 개인·금융정보를 탈취하는 스미싱 범죄 등 2차·3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불법 스팸으로부터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불법 메시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을 중점에 뒀다.
LG유플러스 개발한 'ixi 스팸필터'가 대표적이다. ixi 스팸필터는 스팸 신고 데이터를 AI 모델이 학습해 고객이 스팸 메시지를 수신하기 전에 차단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KT는 대량문자시스템에 'AI클린메시징' 기술을 적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기술은 스미싱·도박 등의 불법 문자를 정확히 탐지해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미끼 문자 AI탐지 알림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이 서비스는 AI 기술을 활용해 미끼 문자를 사전에 탐지, 지인이나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의심스러운 문자를 식별한다. SK텔레콤의 본인인증 서비스 앱인 'PASS'에 통합돼 제공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스팸으로 인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 AI 기술은 이러한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며 “고객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는 문자재전송사에 대한 관리 감독도 강화할 방침이다. 불법 스팸 발송량이 많은 일부 업체에 대해 전송 속도를 제한하는 한편 불법 스팸 발송 이력 블랙리스트를 관련 기관과 공유하는 식이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도 조만간 불법 스팸 방지 종합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류제명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지난 13일 유상임 장관과 통신 3사 대표 상견례 이후 진행된 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불법 스팸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가 마무리돼가는 시점"이라며 “불법 스팸이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이용자에 전송되는 단계까지 강도 있는 정책을 협의 중이다. 조속히 이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