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소들이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을 비롯한 선종을 도크에 채워넣는 등 선종 믹스 개선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아시아 지역 선사와 1만6000TEU급 컨선 4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선박은 2027년 12월까지 인도될 예정으로, 계약 규모는 총 1조985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도 유럽 소재 선사와 1만5500TEU급 컨선 1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3조7000억원에 달한다. 한화오션도 아프리카 선주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8881억원), 유럽 선주사로부터 컨테이너선 6척(1조6932억원)을 수주했다.
HJ중공업도 올 6월에 이어 최근에도 유럽 선주사와 7900TEU급 친환경 컨선 4척 건조계약(6000억원 상당)을 맺었다.
이는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운임상승 및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노후선 교체 수요 등으로 신조 발주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1만2000TEU이상급 컨선 발주량을 연평균 53척 안팎으로 예상했다. 배슬벨류도 같은 기간 순 컨테이너 선단 성장률이 연평균 7.8%로 지난해 보다 2%p 이상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2만2000~2만4000TEU급 초대형 컨선의 신조선가가 2021년 10월 척당 1억8350만달러에서 1년 만에 2억1500만달러로 높아지는 등 선가도 상승했다. 최근에는 2억7400만달러를 돌파하는 등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도 상회하고 있다.
대중국 견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점도 국내 조선소에게 수혜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산 선박의 미국 입항시 높은 관세가 책정되면 선사와 화주의 이익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LNG운반선 수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조선 물량도 더해지는 만큼 우상향 그래프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초 한화오션이 오세아니아 선주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 HD한국조선해양도 오세아니아 선사와 VLCC 2척을 수주했다. 최근 삼성중공업도 아프리카 지역 선주와 스에즈막스급 유조선 4척 건조계약을 맺었다.
유조선의 경우 2021년 10월 척당 1억800만달러 수준이었던 선가가 최근에도 1억2900만달러로 오르는 데 그치는 등 타 선종 대비 상승세가 크지 않으나,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십척 발주가 점쳐진다.
선령 20년 이상인 VLCC 비중이 15%를 넘는 까닭에 교체 수요가 많고, 중국 경기 회복 등이 발주를 뒷받침한다는 논리다. 전기차 보급 확대 및 탄소중립 정책이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글로벌 원유 수요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년반 가량의 일감을 확보한 만큼 선별수주 정책 기조를 지속하는 중"이라며 “LNG 수요 확대로 부유식 생산설비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급과잉 우려와 파나마 운하 통항량 반등을 비롯한 요소로 인해 이같은 업황이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선박들이 속도를 늦춘 것이 공급과잉 충격을 흡수하고 있으나, 중동 분쟁 완화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선박들이 희망봉 우회 대신 홍해 '직항'을 선택하면 운항거리 축소에 따른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