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을 받아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모든 빗장이 풀린 만큼 본격 아시아나항공 재무 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내부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도모함과 동시에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통합 작업도 수행해야 해 본 게임은 지금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EC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에 최종 도장을 찍었다. 이는 EC가 대한항공에 부여한 조건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운항 안정성 평가를 무사히 통과하도록 기재와 운항 승무원, 정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티웨이항공은 인천-프랑크푸르트·로마·파리·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정상적으로 운항할 역량을 갖추게 됐고, 이를 EC가 인정한 것이다.
또한 에어인천과는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4700억원에 양수·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2020년 11월 16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인수 승부수 던진지 1473일 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종지부를 찍게됐고, 한진그룹은 글로벌 항공업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2년 여 간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흡수 통합할 방침이다. 가장 시급한 건 아시아나항공 재무 안정화다. 올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이자 보상 배율은 0.56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다.
올해 12월 20일은 주식 거래 종결일이다. 이때까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유상 증자 1조5000억원 중 선납금 7000억원을 제외한 8000억원을 추가 납입하면 지분 63.88%를 취득하게 된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은 낮아지고 자본금은 대폭 늘어난다. 무엇보다 올해 대비 내년 이자 비용은 1400억원(30% 이상) 넘게 절감해 재무 구조 개선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의 분석이다.
또한 노선 최적화와 기재·인력 운용 합리화 등으로 비용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2025년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270%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리스 부채까지 포함한 것인 만큼 매우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이 에어인천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대금을 받는다 해도 여객사업본부 성장 없이는 2026년에 영업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양사 직원 처우를 같게 하는 것은 내부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인 만큼 신경써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마일리지 통합을 위한 절차에도 속도를 낸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 조치안은 대한항공은 기업 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양사 마일리지 통합 방안을 당국에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공정위 승인을 얻어 시행해야 하도록 돼있는데, 마일리지 제도를 2019년 말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되도록 명시돼있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전문 컨설팅 업체와 협업해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급여·복지 문제와 결부되는 조종사들의 '시니어리티(특정 항공사에서 근무한 기간)'에 따른 스케줄·기종·근무지 선택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동일 직급이면 대한항공 조종사의 연차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보다 높아 단순 통합을 단행하면 전자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때문에 운항 승무원 인사를 관리하는 대한항공의 관계 부서에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라는 전언이다. 조종사들은 회사 운영의 핵심 인력들이어서 이들 조직에서 갈등이 생기면 곤란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와 같은 연유로 어떻게 마찰 없이 화합을 이뤄낼지는 장기 과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했을 때를 상정해 기업 이미지(CI)와 기체 도장·유니폼 디자인은 변경 대상이라는 전언이다.
이 모든 것을 시행하는 데에는 착오 또한 예상돼 이후 이뤄질 진에어 중심의 LCC 통합은 이를 모두 개선·반영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