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은 하락 추이(엔화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가 최근 들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의 뇌관으로 지목된 만큼 이같은 흐름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융정책에 민감한 일본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장중 연 0.628%까지 급등하면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주말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올라간다는 확신이 생기면 적당한 시점에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며 “다음 금리 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산증권의 나카야마 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금리 인상은 12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가 예상대로 움직인다면 일본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11월 도쿄 23구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가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여기에 투자를 늘리려는 일본 기업들이 증가하고 임금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본은행이 관측대로 이달 금리를 연 0.25%에서 0.5%로 올릴 경우 이는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연 3회 인상'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연 0.5% 금리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7월 회의에서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한 뒤 9월과 10월 2회 연속 동결했다.
일본 금리가 이달 인상될 것이란 전망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시간 오전 11시 14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9.89엔을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약 한 달만에 처음으로 150선을 밑돌더니 지금까지 이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일본 엔화가 조금씩 강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일본금융선물협회, 도쿄외환거래소,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엔화 약세에 대한 베팅을 지난 10월 97억4000만달러에서 지난달 135억달러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조달해 매도한 자금으로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거나 주요국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질 때 주목받는 기법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일본은행은 이달 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한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배경엔 일본과 주요국 간 금리차가 워낙 커 일본은행의 이달 금리 인상이 큰 영향을 못 미치기 때문이다. RBC의 앨빈 탠 외환 전략 총괄은 “절대적으로 큰 금리차는 엔화가 앞으로도 자금조달을 위환 통화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ANZ은행의 필릭스 라이언 외환 애널리스트는 미국 기준금리가 4.5~4.75%인 상황에서 일본 금리가 1.0%까지 오르더라도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일본 데스크 수석 전략가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내년 1월부터 엔 케리 트레이드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들은 스콧 베센트에 대한 트럼프의 권력을 잊고 있는 것 같다"며 “베센트가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예산 등과 관련해 엄격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건파인 베센트 재무장관 후보자가 트럼프 당선인의 과격한 정책을 중화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결국엔 트럼프 당선인이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삭소 마켓의 차루 차나나 최고투자전략가 역시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 등을 거론하면서 “엔 케리 트레이드가 여전히 매력적으로 남을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