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음에도 4일 국내 증시가 최악의 폭락 사태를 모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전날 대비 1.44% 내린 2464.00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해 한때 2% 넘게 하락한 2440대까지 밀렸다. 다만 이내 낙폭을 줄이며 2460대서 횡보세를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100억원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7500억원, 같은 달 28일 4900억원 등 최근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3300억원, 기관이 200억원 순매수세로 지수 하단을 떠받쳤다. 기관은 코스피200선물도 5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3.65포인트(1.98%) 내린 677.15로 집계됐다. 코스닥은 13.21포인트(1.91%) 내린 677.59로 출발해 장중 한때 2.4% 넘게 빠진 671.60까지도 밀렸으나 장 후반 낙폭을 일부 줄였다.
외국인이 152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억원, 163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가 비록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45년 만의 계엄령 발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비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한 배경으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계엄 사태가 조기에 해결된 점,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당국의 메시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야간거래 장중 1442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18.1원으로 출발했지만 1410.1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원화 가치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번 계엄 사태로 코스피가 이날 10% 가량 폭락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플랫폼 제공업체 심코프의 올리비에 드 아시에는 “지지율 하락과 야당의 국회 장악 등을 감안했을 때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짧을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다"며 “이에 계엄령 선포는 권력을 다시 잡아보려는 절박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을 반영한 것, 국가나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는 아니다"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그것(국가나 금융 시스템에 문제)을 생각했다면 오늘 코스피는 1.4%가 아니라 10% 하락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장기화할 경우 향후 4개 분기에 걸쳐 GDP의 0.08%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더 많이 인하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다만 한은이 내년말까지 금리를 연 2.0%로 100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기존 시나리오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