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급등 현상이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부동산 시장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에선 국민평형 분양가가 1년 전 보다 43%나 올라 17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가는 건자잿값·인건비 인상, 정부의 제로에너지건물·층간소음 규제 강화 등으로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비싸진 분양가가 경제 침체, 소득 감소 등과 맞물려 분양 공급·수요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5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최근 1년간 전국에서 신규 분양한 국민평형(전용면적 84m²초과~85m²이하)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6억 5905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말 보다는 0.78% 하락했으나 전년 동월에 비해선 10.22%나 올랐다. 특히 서울 지역의 분양가 상승폭이 가파르다. 서울의 국민평형 분양가는 평균 17억 462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억 2561만원(43.1%) 올랐다.
이처럼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원자재·인건비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0이던 공사비지수는 올해 9월 130.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양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아파트 청약 열기가 시들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통장·청약저축·예부금 합산) 가입자 수는 총 2671만9542명으로 전월(2679만4240명) 대비 7만4698명이 줄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말 전월 대비 9만7201명, 올 1월 말 5만9620명의 큰 감소세를 보인 뒤 대체로 2만~4만여명 수준의 감소량을 보여왔는데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공사비가 여전히 높은 데다 정부의 건축 규제 강화로 인해 계속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민간아파트가 내년 6월부터 30가구 이상 단지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이 의무화된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건물을 지을 때 단열·환기 성능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정도를 총 5단계로 평가한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건축물 최소 등급인 5등급을 충족하려면 공사비는 기존 대비 26~35%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되는 층간소음 규제 역시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준공검사 전 층간소음 기준에 미달하면 해당 사실과 조치결과를 입주예정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소음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준공 승인을 하지 않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제로에너지건축, 층간소음 등의 시공 규제 강화로 공사비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청약통장을 써서 신규 분야에 당첨이 되도 분양가가 너무 비싸 구입할 여력이 없게 되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추가적인 공사비 안정화 방안 마련 요구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9월 공사비 상승률을 연 2% 내외로 낮추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산 등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과 골재 채취원 확대가 핵심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화되는 시공규제로 인해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분양가를 낮춰야 수요도 늘어나고 미분양도 줄어드는 등 꽁꽁 언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좀 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