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가 심각한데 가계대출 규제로 수요까지 줄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도 한가득이다. 건설업계는 최고경영자(CEO)를 바꾸거나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 주요 건설사 리더십 변화 양상을 진단하고 내년 달라질 것들은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내년에도 큰 내부 쇄신 없이 올해와 비슷한 경영 방식을 이어갈 전망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외형 성장을 지속해온 만큼 국내외 수주전에 적극 참여하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에 보다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4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부사장 6명, 상무 16명을 승진시켰다. 건설부문에서 부사장 4명, 상무 10명이 배출됐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한 오세철 대표는 앞으로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책임지게 됐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안정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도전에 대응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무리하게 체질을 개선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방향을 택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위기를 겪고 있는 전자·금융 분야에서 사장단 인사를 신중하게 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962년생인 오 사장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1985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중동지원팀장(상무), 글로벌조달실장(전무), 플랜트사업부장(부사장) 등 요직을 거쳐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중동, 아시아 등 해외 현장에서 경력을 쌓아 수주 활동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해진다.
대표 선임 이후 쌓아온 이력도 화려하다. 임기 첫 해인 2021년 삼성물산이 5년만에 '해외수주 1위' 자리를 되찾는 데 기여했다. 당시 오 대표는 해외에서 70억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9조9000억원) 가까이 물량을 따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도시철도, 튀르키예 고속도로 건설, 스웨덴 등 유럽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타르 수전력청 카라마가 발주하고 일본 스미토모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카타르 Facility E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해 눈길을 끌었다. 28억4000만달러(약 4조원) 짜리 대형 수주 성과다.
국내에서도 11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꿰차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 대표 취임 이후 삼성물산의 도시정비 수주액은 2021년 9117억원, 2022년 1조8686억원, 지난해 2조951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오 대표는 원자력발전소 등 글로벌 신사업과 친환경 관련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라고 알려졌다. 래미안 브랜드에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기술을 도입하는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3분기 매출액 4조4820억원, 영업이익 236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1%, 22.1% 감소한 수치다. 같은 시기 신규 건설 수주 실적은 3조5430억원이다. 3분기 말 기준 수주 잔고는 23조5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 대표 체제 아래 앞으로 관심사는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할지 여부다. 삼성물산은 이 사업을 두고 현대건설과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 두 회사가 각각 '시공능력 1위', '도시정비 사업 수주 1위'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번 수주전은 향후 사업 진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오 대표는 또 불확실성이 높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토를 더 확장해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할 전망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귀환하면서 변화된 세계 경제 상황 속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