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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올해 행사 절반 이상 취소”...조용히 모인 충암고 졸업생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12 11:16
충암고

▲11일 저녁 서울 모처에서 열린 충암고등학교 7회 송년회 모습.

“우리도 오늘 안 모이려다가 1년 만에 모인 거다. 우리도 피해자다."


11일 저녁 6시 30분, 서울 모처에서 송년회를 갖던 충암고등학교 7회 졸업생들의 말이다. 우연히 행사 사실을 알게 돼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졸업생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회의 분노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모교인 충암고로 번지고 있는 와중에 열렸다. 특히 김 전 장관과 동기인 7회 졸업생들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현재 12.3 계엄사태 이후 일각에서는 충암고 교복을 입은 학생에게 비난을 퍼붓고 학교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모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지금 학생들이 무슨 죄냐", “지나치다"는 충암고 옹호론도 확산되고 있다. 계엄사태만 아니었다면 충암고가 사회의 주목도를 받을 이유도 없었고, 각자가 각자의 일상을 보내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실제 송년회에 참석한 40여명의 중년 남성들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일상의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기자와 만나자 안색이 바뀌면서 경계심 보였다. 본인들의 송년회에 '불청객'인 기자가 왔다는 사실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동문인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벌인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언급을 꺼렸다. 한 참석자는 기자에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올해 충암고 행사 절반 이상이 취소됐다"며 “오늘 이 자리도 모이지 않으려다가 1년 만에 만나는 자리인 만큼 조심스럽게 모인 거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민들의 충암고 비난 행태에 대해 “소수의 분들 때문에 다수(충암고 졸업생, 재학생 등)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이번 김 전 장관 등 비상계엄 사태의 주역인 '충암파'에 대해선 “여기 자리 모인 사람 중에 (김 전 장관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잘못한 사람들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충암고 학생회는 전날(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식 입장문을 올려 시민들의 자제를 호소했다. 학생회는 “12·3 사태로 인한 시민의 분노는 충암고 학생회 또한 백번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들은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0년이나 지난 졸업생으로, 재학생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디 충암고등학교와 재학생을 향해 비난하는 일은 멈춰주시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학교 측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우려해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충암고에 대한 순찰을 강화했다. 나아가 충암고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내년 2월까지 사복 착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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