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객실 승무원들의 숙소와 체류 시간 등 근무 여건을 대폭 혁신해 업계의 귀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경쟁사들 역시 제주항공의 사례를 참고해 동참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5월 1일부로 국제선 비행에 투입되는 객실 승무원들이 현지 호텔에서 1인 1실을 이용하도록 근무 조건을 바꿨다.
기존에는 2인 1실이 원칙이었으나 객실본부가 적극 건의했고, 경영진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추진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이 조치로 1200명에 달하는 제주항공 객실 승무원들은 삶의 질과 업무 효율성이 대폭 높아져 만족한다는 후문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객실 승무원들끼리라도 한 방을 쓰면 입실한 순간부터 서로 불편한 일이 생겨나기 마련"이라며 “같은 방을 쓰는 선배를 의식해 호텔 로비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불편이 있었지만, 해외 체류 환경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객실 승무원들은 사측과 계약한 호텔에서 투숙한 후 출근 준비를 하지만 시작 시간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가령 샤워·머리 손질 등을 비행을 위한 브리핑 2시간 전부터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욱 이른 시간대에 하는 경우도 있다.
한 방 안에서 시간차에 따른 부스럭거림은 잠귀가 밝은 사람에겐 스트레스로 작용해 모두에게 각방을 쓰도록 한 제주항공 사측의 방침이 호평을 받는 이유다.
한편 유력한 경쟁사인 진에어는 비행 근무 시간에 따라 부분적으로 1인 1실 적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비행에 14~15시간 가량 소요되는 유럽 노선에 취항했음에도 해외 체류(레이 오버) 시간을 3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어 객실 승무원들이 다소 벅찬 일정을 소화 중인 가운데 여전히 2인 1실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나머지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비슷한 수준의 근무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주항공 객실 승무원들은 티웨이항공이 중·대형 기재를 도입하고 장거리 노선에 뛰어드는 등 외형적 확대를 거듭하자 부러워했는데, 현 시점에서는 사측이 레이 오버 시간도 늘려줘 오히려 역전됐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제주항공 관계자는“레이 오버 시간은 근무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타사 대비 길게 설정했다"며 “1인 1실 제도와 마찬가지로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과 승무원의 복리 증진을 도모하는 승무원 자원 관리(CRM) 차원에서 LCC들로 하여금 레이 오버 시간 연장을 권고했다. 하지만 LCC들은 쉽사리 당국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치열한 고객 쟁탈전이 벌어지는 항공 여객 시장에서 LCC들은 각종 비용 요소를 절감해 저가에 좌석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재무 부담으로 이어져 원가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 기준 상장 LCC들의 누적 영업이익률은 △에어부산 16.69% △진에어 12.65% △ 티웨이항공 4.41%다. 제주항공은 8.09%로 상위 2개사보다 낮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제주항공의 자체적 근무 여건 개선은 업계 관행을 타파한 것으로 평가돼 타 LCC들도 뒤따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