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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 2명이 코인 91% 보유했는데 상장...빗썸이 투기 부추기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5.16 09:16

단 2명이 코인 91.4% 보유...전체 보유자 22명뿐
빗썸 ‘상장검토 보고서’에 토렌트 다운 가능 언급
팝체인 파트너사는 성인 콘텐츠로 유명한 팝콘TV


빗썸_팝체인2

▲빗썸이 팝체인 코인을 17일 단독 상장할 예정이며, 상장 기념 이벤트도 이례적으로 풍성하게 진행한다. (사진=빗썸)


국내 2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7위(코인힐즈 기준)인 빗썸이 17일 빗썸프로를 통해 신규 암호화폐 ‘팝체인(PCH)’을 세계 최초로 상장(거래가능)한다고 15일 밝혔다. 또 빗썸은 이를 기념해 2500만 PCH(팝체인 코인)를 증정하는 대규모 에어드랍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로써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장된 코인 수가 12종에 불과했던 빗썸은 총 25종의 암호화폐를 지니게 됐다. 하지만 이 팝체인은 빗썸이 앞서 상장한 암호화페들과 달리 전혀 알려지지 않은 코인인데다 극소수가 코인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15일 밤 10시 기준,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이더스캔’에서 확인한 결과 팝체인 코인을 보유한 사람(홀더)의 수는 고작 22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많은 코인을 보유한 이가 전체의 76.4168%를, 2번째로 많이 보유한 이가 전체 발행량의 15%를 보유해, 단 두 명이서 전체 코인의 91.4%를 보유하고 있었다. 팝체인 코인의 전체 보유자 수가 22명이지만 마지막 22번째 홀더가 보유한 팝체인 코인은 ‘1개’이므로 사실상 21명이 보유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암호화폐는 거래소 상장 전 프라이빗 세일, 프리세일(퍼블릭 세일), 공개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 공개)를 거친다. 팝체인 코인이 프리세일과 ICO를 거치지 않았다지만 팝체인의 보유자 21명은 비정상적으로 적은 숫자다.

이더스캔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이더스캔’을 확인한 결과 팝체인 코인 보유자는 고작 22명에 불과했다. 그 중 22번째 보유자는 단 1개의 코인만을 보유해 실질적으론 21명만이 보유했으며, 가장 많이 보유한 한 명이 전체 발행량의 76%를 독점하고 있다. (사진=이더스캔 화면 캡처)


게다가 세계 최초 상장이라는 말처럼, 팝체인 코인은 세계 어느 거래소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 1610종의 암호화폐 정보가 수록된 암호화폐 정포보털 ‘코인마켓캡’에서도 해당 코인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고 1796종의 암호화폐에 대해 소개하는 ‘코인게코’에서도 팝체인 코인을 찾을 수 없었다. 또 다른 정보포털 ‘코인힐즈’에서도 1551종의 코인 가운데 팝체인 코인을 찾을 수 없었다.

세계 어느 거래소에서도 상장돼 있지 않고 고작 2명이 전체 코인의 91.4%를 보유하고 있는 이 이상한 코인에 대해 빗썸은 상장심사를 거쳤고, 17일 정식 상장한다고 알렸다.

앞서 빗썸 관계자는 과거 12종의 암호화폐만을 유지할 때 그 이유에 대해 "코인을 상장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장이라도 수십 종의 코인을 상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무분별한 상장이 자칫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힐 수 있어 검증된 우량 코인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두어 달 동안 10여 종의 코인을 상장시킨 것도 지나치게 서두르는 듯했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졌고,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상장된 코인이었기 때문에 석연치 않은 점은 없었다. 그렇지만 팝체인 코인은 빗썸 측이 강조해왔던 ‘우량 코인’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아 보이는데도 상장돼 의구심이 든다.

팝체인코인 2

▲빗썸 내 상장 코인 심사팀이 만든 ‘상장검토 보고서’에는 팝체인 코인이 셋톱박스 형식의 단말기(팝박스)를 이용해 작업증명(PoW)과 서비스증명(PoSe)를 결합하는 형태를 취한다고 적혀 있다. 이 팝박스로 토렌트 다운로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빗썸 상장점토 보고서 화면 캡처)


빗썸은 신규 암호화폐 상장 시 ‘상장검토 보고서’를 공개한다. 내부적으로 상장할 만한 코인인지 검증하고, 검증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팝체인 코인과 관련된 상장검토 보고서는 팝체인 측이 공개한 백서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상장검토 보고서에는 ‘셋톱박스’ 같은 팝박스를 연결해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팝체인 캐시를 얻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무료로 해당 셋톱박스 겸 채굴기를 제공하지는 않을 테니 셋톱박스를 내세워 채굴기를 판매할 것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세계적인 거래소를 지향하는 빗썸의 ‘상장검토 보고서’에 불법 콘텐츠가 난무하는 ‘비트토렌트(BitTorrent)’를 언급하며 ‘영화 및 동영상 콘텐츠를 다운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한 점도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상장검토 보고서를 좀 더 살펴보면 팝체인 코인은 ‘팝체인 재단의 전략적 파트너사인 THE E&M의 플랫폼인 팝콘TV와 셀럽TV를 활용하여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곧 메인 네트워크를 론칭할 예정’으로 돼 있다. 팝콘TV는 ‘아프리카TV’와 유사한 MCN(Multi-Channel Network)이지만 상당수의 콘텐츠가 성인용 콘텐츠이고 대부분이 시청자 수 100명 이하인 비인기 MCN 서비스다.

▲팝체인 코인은 팝콘TV를 서비스하는 ‘THE E&M’의 파트너사다. 팝콘TV 등을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고, 보상으로 팝체인 코인을 지급하는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팝콘TV 화면 캡처)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관련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투자에 ‘주의’하라는 경고다. 보통 빗썸 같은 거래소에 상장되면 호재로 받아들여져 가격이 오른다. 그런데 단 2명이 91.4%를 보유하고 있으니 상장 후 이득도 이 2명이 대부분 가져가게 된다. ‘믿을 만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심사까지 거쳐 상장한다면 여러 사람이 앞다퉈 팝체인 코인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2명∼20명인 코인 보유자들이 매도하면 순식간에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팝체인 코인에 대해 살펴본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빗썸이 어떤 코인의 가치를 평가해서 한 행동이 아니다. 모종의 내부거래나 부당한 이익이 보장되지 않고서야 저런 코인을 상장할 리가 없다"고 경고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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