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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정서 밀려난 30대, 서울 아파트 매입률은 ‘1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6.23 14:09
아파트

▲청약가점이 낮은 30대들이 지난달 기준 서울아파트 매입률 29%를 차지했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는 100% 가점제가 적용되면서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다는 점이 30대에게는 불리한 점으로 작용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단지 전경.(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한 신혼부부는 직장과 가까운 도심권에 있는 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을 세웠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을 넘어 신혼희망타운 입주대상도 아닌데다, 언제 당첨될지 모르는 청약을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수억원의 대출로 인한 이자가 부담스럽지만, 서울 집값은 계속해서 오를 거라는 기대감도 매입을 결정한 이유다. 이 부부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에 해당하는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최대 5억1500만원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적용되는 LTV 40%로 3억6000만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고, 연봉의 2.2배까지 가능한 신용대출로 1억55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 본인 자금 3억8500만원을 갖고 있을 경우에 가능한 얘기다.

청약시장에서 밀려난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청약 가점제 확대로 당첨권에서 멀어진 30대 ‘청포자’(청약 포기자)들이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우려로 기존 주택 매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4328건으로, 이 중 30대가 29.0%인 1257건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비중이다. 40대는 27.8%(1204건)로 30대에 근소한 차이로 밀려났다. 이처럼 30대가 40대를 앞지른 현상은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이다. 50대는 17.8%(772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30대의 아파트 매입이 활발한 이유는 청약시장에 가점제 물량이 확대되면서 가점에서 밀린 30대가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경우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청약이 100% 가점제다. 최근 들어 서울의 아파트 청약 당첨 가점이 최소 50∼60점을 웃돌고 84점의 가점 만점자가 등장하면서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기간이 짧은 30대에게는 청약 문이 좁아졌다. 또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30대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생애 첫 주택구입인 경우 대출 규제가 덜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기존 아파트 구매가 증가한 이유로 꼽힌다.

30대의 아파트 매입 지역은 주로 출퇴근이 용이한 도심권에서 두드러졌다. 성동구의 경우 30대 매입 비중이 40.0%로 가장 높았고, 성북구 39.5%, 영등포구 33.7%, 동대문구 33.5% 등의 순이었다. 새 아파트가 많고 교통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강서구(33.2%)나 학군 수요가 많은 양천구(32.4%),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구로구(31.8%) 등도 30대 매입 비중이 높았다. 마포구(31.7%), 금천구(30.6%), 서대문구(30.6%), 중구(30.0%)도 30대 매입자가 30%를 넘겼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 3구’에서는 40대 매입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서초구는 전체 매입자의 36.5%가 40대였고, 강남구와 송파구는 40대가 각각 35.8%, 34.2%였다. 세 지역의 30대 매입 비중은 각각 21.5%, 22.5%, 27.4%로 40대와 비교하면 10%포인트 안팎의 차이가 났다. 광진구(35.0%), 서대문구(33.3%), 노원구(31.9%), 강북구(31.0%), 용산구(27.3%) 등도 40대가 가장 많이 아파트를 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아파트 기준으로는 40대의 매입 비중이 25.7%로 가장 높았고 30대(21.2%), 50대(20.5%), 60대(12.1%) 등의 순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경우 가점이 낮아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30대가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지 못하자 조바심을 내며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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