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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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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희토류’ 자원전쟁…한국은 무사한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9 06:09

미국 관세 공격에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대응
중국 상무부 7종 수출 규제…군사, 우주항공, 전기차용
중국 세계 매장량 점유율 49%, 생산량 점유율 69%
센카쿠섬 분쟁 당시 수출 금지로 일본 무릎 꿇게 만들어
생산 없이 비축으로만 대응 한계, 광물공기업 전문가 수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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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원석. 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규제에 나섰다. 희토류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항공우주, IT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광물이다. 중국은 2012년 일본과 영토 분쟁 때 희토류 수출 규제를 꺼내 한방에 일본을 무릎 꿇리게 했다. 미국, 중국 무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우리나라도 희토류 대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정부 및 광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부로 희토류 17종 중 디스프로슘, 이트륨, 사마륨,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가돌리늄 등 7종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번 수출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닌 수출 허가제로, 수출업자가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으면 우리나라로 수입이 가능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목에 대한 54% 관세 부과 발표에 대응한 조치이다.


이에 대응해 중국 정부는 희토류 수출 규제와 함께 미국산 수입품목 전체에 34%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미 군수업체 16개사에 이중용도 물품 수출금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 부과를 철회하지 않을 시 5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희토류가 뭐길래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 대응카드로 이것을 꺼냈을까?


희토류 없으면 풍력, 전기차 멈춰…첨단산업의 필수 핵심광물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단위:톤) 자료=미국지질조사국(USGS), 한국광해광업공단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단위:톤) 자료=미국지질조사국(USGS),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REE)는 주기율표 제3A족인 스칸듐(원자번호 21), 이트륨(39)과 원자번호 57(란타늄)에서 71(루테튬)까지의 란탄계열 원소 15개를 더한 17 원소를 총칭한다. 지각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지각 내 희토류 함량은 약 200ppm(0.02%)에 이른다. 화성암보다는 화강암계열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주로 쓰인다.


로스킬(Roskill)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희토류의 소비처는 자석 7만5377톤, 촉매 2만8966톤, 광택 1만8945톤, 합금 1만1316톤, 유리 1만704톤, 세라믹 5311톤, 배터리 4389톤, 형광 850톤, 안료 564톤, 기타 1만3752톤 등 총 17만174톤이다.


이번에 중국이 수출을 규제한 희토류의 산업별 사용처를 보면


△디스프로슘(Dy): 영구자석, 콘덴서, 자기 영동물질 소재 △이트륨(Y): 산업, 의료, 군수용레이저 관련 매질, 모니터 형광체 △사마륨(Sm): 영구자석, 중성차 흡수체, 레이저, 조명 △루테튬(Lu): 레이저, 크리스탈 제조 △스칸듐(Sc): 항공우주 부품 등 △테르븀(Tb): 모니터 등 형광체, 자기 영동물질 소재, 영구자석 △가돌리늄(Gb): 컴퓨터 메모리, 핵 반응제, 원자로 중성자 차폐제, 광학유리 등이다.


중국은 일찍이 희토류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생산을 장려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덩샤오핑은 1992년 희토류 대표 매장지인 장시성을 시찰하며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별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 4400만톤(48.9%), 브라질 2100만톤(23.3%), 인도 690만톤(7.7%), 호주 570만톤(6.3%), 러시아 380만톤(4.2%), 베트남 350만톤(3.9%), 미국 190만톤(2.1%), 그린란드 150만톤(1.7%), 탄자니아 89만톤(1%), 남아프리카공화국 86만톤(1%) 등이다.


중국 희토류 생산 69.2% 점유…영토분쟁 일본 무릎 꿇게 해

중국은 희토류 생산에서 더욱 독보적이다.


2024년 기준 국별 생산량은 중국 27만톤(69.2%), 미국 4.5만톤(11.5%), 미얀마 3.1만톤(8%), 태국 1.3만톤(3.3%), 호주 1.3만톤(3.3%), 나이지리아 1.3만톤(3.3%), 인도 0.3만톤(0.7%) 등이다. 미얀마의 희토류 생산량 대부분도 중국으로 수출된다. 최근 미얀마의 강지진으로 대중국 희토류 수출이 끊겨 중국 거래가격이 단기 상승하기도 했다.


중국의 생산량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희토류 생산과 가공 과정에서 막대한 환경피해 및 오염이 발생하는데, 중국은 이를 국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피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희토류 생산을 자기네 땅이 아닌 그린란드나 우크라이나에서 하려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희토류의 최대 소비처도 단연 중국이며 미국, 일본 등 주로 선진국에서 소비된다.


로스킬(Roskill)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별 희토류 소비량은 중국 9만2000톤, 일본 및 기타아시아 1만9600톤, 미국 1만900톤, 유럽 5000톤, 기타 4000톤 등이다.


중국은 희토류의 높은 생산점유율을 내세워 자원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2010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섬(댜오위다오)을 놓고 영유권을 주장하며 영토 분쟁이 벌어졌다. 당시 중국의 한 어선이 센카쿠섬 근처에서 조업을 하던 중 일본 해경에 체포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켰고, 일본은 곧바로 어부를 석방했다. 당시 중국의 희토류 생산점유율은 90% 이상이었다.


한국 전량 수입으로 위태…광물공기업 수장 없어 대응력 떨어져

우리나라에도 많은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지만, 현재 생산은 전혀 없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가채량 기준 홍천 자은광산 2018만톤, 양양 대한광물광산 4만8000톤, 충주 어래광산 1881만톤, 춘천 용화광산 10만6000톤이 있다. 하지만 광산은 모두 폐광됐고, 현재 생산량은 없다.


필요한 물량은 모두 수입해서 사용한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희토류 총 수입양은 2919톤이다. 중국 1929톤, 프랑스 464톤, 일본 260톤, 대만 122톤, 인도 81톤, 남아프리카공화국 26톤, 미국 20톤, 독일 10톤 등이다.


우리나라는 비축으로 희토류 수출 규제에 겨우 대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수출 규제 영향을 점검한 결과 전기차용 영구자석 첨가제로 주로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형광체, 합금 첨가제 등에 사용되는 이트륨 등은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화학 촉매로 사용되는 루테튬은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팔라듐 기반 촉매를 주로 사용해 영향이 제한적이고, 영구자석용 테르븀은 디스프로슘 첨가량을 늘려 대응이 가능하며, 형광체용 가돌리늄은 다른 물질로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다. 사마륨(영구자석 첨가제), 스칸듐(합금 첨가제) 등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광물 전쟁의 최일선에서 대응해야 할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사장이 공석으로 있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세계 자원전쟁 상황에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사장 후보자가 1~2배수로 압축된 상황이지만, 대통령이 탄핵된 상태라서 최종 임명은 늦어질 수 있다. 자원 전문가 선임을 통해 긴밀히 대응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2023년 수립한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통해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어 어느 정도 수출 중단에 대비할 수 있으며, 올해 2월 7일부터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앞으로 더욱 긴밀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중국의 수출 규제가 미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2012년처럼 규제 대상이 전체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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