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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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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들이 열 올리는 ‘ESG 경영’..."그린워싱 주의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9.06 13:30
기후변화

▲석탄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SG 열풍으로 글로벌 산업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친환경 사업 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ESG 경영을 검증하는 글로벌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무늬만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기업들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넷제로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6일 영국 싱크탱크 옥스퍼드비즈니스그룹(OBG)은 "ESG 경영은 각 기업에서 필수격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ESG 검증 시스템이 없다"며 "이에 지속가능성 성과를 잘못 나타내는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과 비영리 자문단체인 에너지기후정보분석원(ECIU)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시가총액 상위 2000개 기업들의 21% 가량이 넷제로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이 밝힌 ESG 관련 투자액은 115조 52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부분이 친환경 소재, 태양광 발전, 수소경제 등 저탄소 관련 사업에 집중됐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부문에 54조원의 투자를 준비 중이고 현대차그룹도 1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경제계는 투자처와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그룹이 포함될 경우 국내 ESG 관련 투자액이 2030년까지 최소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기업들이 관련 정책을 펼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지만 넷제로를 실제 달성하기엔 이런 정책들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OBG는 넷제로에 실천하는 세계 시총 상위 2000개 기업들과 관련해 "이들 기업의 대다수는 넷제로 전략의 일환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발표하며 결과를 보고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했다"며 "그러나 ‘레이스 투 제로’ 캠페인에서 강건성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은 4분의 1에 불과한다"고 지적했다. 유엔(UN)이 주관하는 레이스 투 제로는 세계 각국의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공표하고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OBG는 이어 "영국은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넷제로 정책을 시행하는 대기업의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면서도 "이중 3분의 1은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OBG는 "또 일부 기업들은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등에 의존한다"며 "이는 근본을 바꾸겠다는 것보단 단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움직임"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그린워싱 문제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SG 열풍으로 친환경 전략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지만 실제 정책을 펼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을 검증하는 국제 표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OBG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를 확대 적용시키는 것이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SBTi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UN글로벌콤팩트(UNGP), 세계자원연구소(WRI),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연합해 조직한 프로그램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목표에 따라 각 기업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기업이 연관된 모든 비즈니스 현장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엄격히 측정하고 있다.

SBTi가 주도하는 ‘비즈니스 앰비션 포 1.5℃’에는 LG전자가 지난달 11일 국내기업 중 최초로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LG전자는 캠페인 참여 선언에 이어 SBTi에도 가입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SBTi로부터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검증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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