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권에 대한 상생 요구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들은 3년간 매년 최대 7000억원을 지원하는 이른바 '상생금융 시즌2'를 지난해 말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앞으로 조기 대선 등이 이뤄지면 정치권에 변화가 있을 수 있어 은행권에 대한 이익 환원 요구 강도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도 꺼내들면서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40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의 순이익은 14조2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성장했다. 작년 4분기 이익 추정치를 더해 계산해보면 지난해 한 해 순이익은 17조원(16조667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년 한 해 순이익은 약 15조원이었는데, 이보다 1조5000억원 이상 늘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높아지는 순이익에도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은행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사회 환원 압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은 지난해 금리 인하 분위기 속에서도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금리를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예대마진차를 키우며 이자이익을 확대했다.
과도한 이자이익은 은행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만큼 은행권은 올해부터 3년간 연간 최대 7000억을 출연해 소상공인 25만명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이 나서 소상공인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앞서 2023년 2조1000억원에 이르는 상생금융 시즌1을 발표한 것의 연장선이라 상생금융 시즌2로 불린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원 내용을 설명하며 “(은행권의 노력으로) 소상공인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지만, 소상공인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뿐만 아니라 비금융 분야도 포함해 지속가능하면서 차주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방안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은행권 지원은 정례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정례화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안으로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취지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 정부에서도 은행권에 대한 압박이 거셌는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횡재세도 꺼내들면서 은행권을 강하게 몰아부치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11월 횡재세 법안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상생금융기여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의 횡재세가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권이 횡재세에 버금가는 상생금융 시즌1을 마련하며 횡재세 도입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번 22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3년 한시 횡재세 도입 움직임을 보여 은행권은 국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상생금융이 시작됐지만, 만약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은행권에 대한 압박 강도는 더해질 것"이라며 “은행들은 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