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새학기를 앞두고 키즈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어린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인기 캐릭터를 앞세워 미래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자녀의 습관 및 안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으로 신규고객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키즈폰 시장 공략이 한창이다.
통상 1분기는 유치원 졸업식 및 초등학교 입학식이 일제히 진행돼 '키즈폰 성수기'로 꼽힌다. 3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통화·문자와 같은 필수 앱, 중독 방지·모니터링 기능도 탑재돼 수요가 높다.
캐릭터 지식재산(IP)과 자녀 관리·보호 관련 부가서비스를 앞세운 마케팅 방식은 지난해와 유사하지만, 인공지능(AI)과 같은 자사 기술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이 눈길을 끈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19일 선보인 'U+키즈폰 무너 에디션'은 통신 3사 중 처음으로 AI 기술을 도입했다. AI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분석해 올바른 습관을 유도하고, 통계 리포트 및 맞춤형 이용 가이드를 제공한다.
자녀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AI 캐릭터와 학습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도 탑재했다. 회사 키즈 메타버스 플랫폼 '키즈토피아'를 활용했다. 아이의 키·몸무게와 체질량지수(BMI)에 따라 성장 지표를 확인하고 적합한 영양소를 추천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통신 3사 중 최초로 자사 IP 캐릭터 '무너'를 활용한 점도 차별화 요소다.
SKT도 인기 캐릭터 포켓몬을 앞세운 'ZEM폰 포켓몬에디션3'을 출시했다. 자사 키즈 서비스 브랜드 'ZEM'을 탑재해 자녀 관리·보호 기능을 갖췄다. △실시간 위치 확인 △유해 콘텐츠 차단 △도보 이동 중 스마트폰 사용 방지 △SOS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관련 리포트도 실시간 제공한다.
자체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A.)'이 기본 탑재된다. 스팸·피싱 자동 탐지와 실시간 통화 통역·요약 기능, 일정 관리 등 기능을 제공할 전망이다. 향후 키즈폰 특화 기능도 업데이트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두 번째 일본 산리오 캐릭터 협업 모델 '포차코 키즈폰'을 내놨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시나모롤' 캐릭터를 적용한 바 있다.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퍼핀'이 자녀의 수입·지출 내역을 분석해 올바른 소비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함께 선보인 주니어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자녀 위치를 실시간 파악하고 유해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안심박스 기능을 무료 제공한다.
단말 기기의 경우 지난해엔 3사 모두 삼성전자 갤럭시 엑스커버 5를 적용했지만 올해는 제품 성능·규격 측면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SKT의 경우 ALT의 마이브 키즈폰을 기반으로 했다. 5.8인치 디스플레이와 167g의 가벼운 무게로 아이의 신체 특성에 최적화된 게 특징이다.
KT와 LGU+는 삼성전자 갤럭시 A16 LTE를 채택했다. 해당 모델은 6.7인치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5000만화소 고해상도 후면 카메라, IP54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으로 실용성이 강조됐다. 이들 모델의 가격은 30만원대로 엇비슷하다.
이처럼 통신업계가 매년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10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지속 증가세인 데다 가족 결합 할인 혜택을 통해 부모 고객까지 확보하는 '락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미디어 패널조사에 따르면 만 10대 미만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지난 2018년 30.7%에서 2023년 58.3%로 5년새 2배가량 급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 메신저가 청소년들의 의사소통수단으로 자리잡고, 맞벌이 부부가 늘며 자녀 관리 수단으로 활용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 중 키즈폰이 차지하는 수요 비중은 평균 8~10% 안팎으로 집계된다. △2018년 13.2% △2019년 16.7% △2020년 8.2% △2021년 11.3%로 평균 10%대를 기록했다. 2022년 5.1%로 다소 저조했으나, 2023년 10.9%로 회복했다. 단기적인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첫 스마트폰 서비스 사용 경험을 긍정적으로 형성한다면 향후 충성고객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키즈폰 시장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크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통상 자녀 세대의 경우 보호자가 스마트폰 구매력을 지니는 경우가 많은 만큼 브랜드 이미지 조기 구축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시장 정체로 신규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가족 단위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