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기범

partner@ekn.kr

박기범기자 기사모음




[올릭스와 피씨엘] ③‘29%만 싸게’ 증여세만 피하자…대놓고 ‘꼼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07 14:43

100억원 이상 양도차손 속 29% 할인 ‘주목’

주주 손실 현실화 속 증여세 회피 테크닉 ‘분통’

‘원죄론’ 올릭스,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하며 경영 감시 …설득력 ‘의문’


피씨엘 CI

▲피씨엘 CI

피씨엘이 100억원을 넘는 손실을 보는 거래 속에서 증여세 회피를 위한 꼼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엠큐렉스의 최대주주인 피씨엘은 장부금액 130억원의 지분 36.9%를 약 15억원에 염주환 엠큐렉스 대표에게 매각했다.


특이한 점은 주식의 평가다. 이번 거래는 상증법상 평가 방식을 도입했는데, 최대주주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할증이 아닌, 오히려 29% 할인 매각을 진행했다.


물론 비상장 기업이기에 상증세법상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프리미엄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더욱이 할인이 일어날 일은 거의 없다. 이는 통상적으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할인 매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상증세에 정통한 한 세무사는 “양도세 절감을 위한 할인 매각은 있을 수 있으나, 이번 건은 양도세 이슈가 없어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한 상증세법상 저가양도에 따른 증여세 과세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숫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수관계자가 아닌 자와 거래를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시가의 30% 이상 싸게 인수를 하다면 증여세 과세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씨엘과 같은 양도자가 본 손실에는 증여도 포함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피씨엘은 29%만 할인해 판매했다.


다만, 아직 증여세 과세문제가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매수자인 염주환 엠큐렉스 대표는 과거 피씨엘 직원 출신으로 스톡옵션을 받은 이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염주환 씨가 피씨엘 직원이거나 엠큐렉스 지분 30% 이상을 보유했다면, 저가 양도에 따른 증여세 및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그는 “염주환 대표가 피씨엘의 직원이 아니고, 엠큐렉스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지 않았다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할인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저가 양도로 인한 증여세 과세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피씨엘은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번 매각으로 피씨엘은 총자산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00억원 이상의 양도차손이 발생했다.


이에 주요 주주인 올릭스는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릭스 관계자는 “피씨엘의 경영실적 악화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릭스, '고가 인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올릭스가 피씨엘의 최초 인수 당시 고가 인수를 주도한 원죄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2022년 올릭스는 피씨엘에 엠큐렉스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출자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이 검토 과정에서 인가를 기각했다. 법원이 현물출자에 제동을 걸었던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CJ가 CJ CGV 유상증자 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출자할 때다. 당시 법원은 “주식이 과대평가됐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고 추후 CJ가 항고했을 때 인가한 바 있다.


올릭스는 CJ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올릭스는 피씨엘에 현금을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공급했고, 피씨엘은 이를 통해 엠큐렉스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또한 올릭스는 피씨엘에 현금을 출자하는 과정에서 타법인 출자로 용도를 제한했음을 고려했을 때 2022년의 밸류에이션을 수용했다고 유추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법원을 설득했다면 객관성을 확보한 밸류였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최초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았다면 이 같은 100억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피씨엘과 지안회계법인에 문의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