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어니스트펀드 본사에서 신윤제 어니스트펀드 최고데이터책임자(CDO) 겸 인공지능(AI) 랩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어니스트펀드)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회사가 좋은 CSS(신용평가모형)을 가질수록 고객들이 더 낮은 금리, 높은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금융사 입장에서도 리스크와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온투업체)인 어니스트펀드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신윤제 어니스트펀드 최고데이터책임자(CDO) 겸 인공지능(AI) 랩장은 금융사의 CSS 고도화로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출비교플랫폼이 등장하며 고객들은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해 더 유리한 대출 상품을 빠르게 선택할 수 있고, 금융사들은 CSS를 통한 리스크 관리로 충당금을 줄일 수 있어 이용자와 금융사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대면·중금리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용자의 대출 리스크를 세분화해 걸려낼 수 있는 C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부터 기관투자 유치가 가능해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계(온투업)에서 CSS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 P2P(개인간개인) 금융으로 불렸던 온투업은 대출 신청자와 투자자를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투업체가 잘 만든 CSS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기에도 유리해지는 것이다. 신 CDO는 "지금은 대출비교플랫폼을 통해 몇 십개의 대출 상품이 경쟁을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을 내놔야 한다"며 "앞으로는 리스크를 더 잘 측정할 수 있는 CSS를 갖춘 회사들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CSS로 이용자는 좋은 조건, 금융사는 리스크·비용 관리
CSS는 대출 신청자의 리스크를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금융정보 등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신청자의 연체율이 어느 정도 될 지를 예상하고 대출심사과정에서 활용한다. 신 CDO는 "예를 들어 신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가 기존 CSS에서 리스크를 5%로 평가받았다 해도 금융사에서 개발한 CSS에서는 리스크가 1∼10%로 갈릴 수 있다"며 "절반 정도는 5%의 리스크를 적용했을 때보다 더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처럼 고객을 세분화하고 정교하게 측정하는 것이 CSS의 기본 컨셉"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사들은 학생, 사회초년생 등과 같이 금융정보가 없는 신파일러를 끌어들이기 위해 통신·카드 등 요금 납부 이력, 온라인 구매 정보와 같은 대안정보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다. 대안신용평가모형으로 고객을 세분화하면 기존 금융정보를 통해 발견하지 못했던 고객 속성을 찾아 더 우량한 고객으로 재평가할 수 있다.
CSS를 고도화하는 것은 대출 신청자와 금융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신 CDO는 "CSS가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서 고객 입장에서는 CSS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에는 대출비교플랫폼에서 고객들이 다양한 대출 상품 중 최적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CSS가 좋아질 수록 이전에 받았던 것보다 더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고객들이 CSS 고도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CSS 고도화로 더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제시할 수 있게 되면 신청자들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리스크도 개선될 수 있다. 신 CDO는 "CSS가 좋아지면 같은 연체율을 가진 더 많은 고객을 승인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나쁜 고객은 떨어뜨리고 좋은 고객을 선별한다. 승인된 고객들이 연체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승인을 하면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바젤2부터는 금융사들이 신용평가 시스템을 평가받는 과정에서 개인상품의 CSS가 중요하게 반영되는데, 이를 충족시켜 금융사가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으면 금융사 자체적으로 고객들의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다.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만큼 금융사들은 충당금이 줄어 비용 축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CSS, 데이터 수가 변별력 보여주진 않아…성과는 연체로 확인
▲서울 여의도 어니스트펀드 본사에서 신윤제 어니스트펀드 최고데이터책임자(CDO) 겸 인공지능(AI) 랩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어니스트펀드) |
신용평가사(CB)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서 13년간 근무했던 신 CDO는 지난해 10월 어니스트펀드에 합류한 후 AI 대안신용평가모델인 CSS 3.0을 개발했다. 어니스트펀드는 이를 기반으로 지난 7월 개인신용대출을 재개했다. CSS 3.0은 금융데이터와 비신용데이터를 결합해 200여개 이상의 데이터 항목을 사용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CSS 3.0의 변별력은 이전 버전 대비 35% 개선됐다.
단 데이터가 많아진다고 무조건 CSS의 변별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데이터 중 좋은 데이터를 선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CSS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신 CDO의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영역의 많은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CSS의 변별력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CSS 고도화는 데이터가 늘어나는 것과 모형의 알고리즘이 개선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똑같은 데이터가 들어와도 알고리즘이 개선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는 기존 버전보다 업그레이드된 CSS 3.1을 연내 탑재할 예정이다. 이번 고도화 과정은 마이너 업그레이드로, 데이터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알고리즘을 개선해 리스크를 9∼13% 개선했다고 신 CDO는 설명했다. 또 그는 "리스크만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실행률도 높일 수 있도록 타깃을 두 가지로 나눠 모형을 개발했다"고 부연했다.
CSS 고도화의 성과는 대출 상환이 도래하는 기간의 연체율을 파악해 확인할 수 있다. 대출 금리와 한도는 좋아졌더라도 연체율이 높아진다면 CSS 고도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신 CDO는 "CSS 모형 개발은 과거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예측치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 퍼포먼스는 운영을 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현재 기준으로 대출을 실행한 차주가 향후 1년 동안 연체를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모형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출 상환이 도래하는 내년부터 CSS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고도화 방향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고 신 CDO는 덧붙였다.
◇ 기관투자 문 열린 온투업…"우선시 되는 건 CSS"
▲출처=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 |
내년부터 그동안 막혔던 기관투자 유치의 문이 열리면서 온투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온투법)에는 온투업자의 기관투자자 모집을 허용하고 있으나, 금융기관이 차입자에 대한 개인식별정보를 알 수 없다는 등의 제약이 있어 그동안 온투업체들은 기관투자를 유치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금융위원회가 온투업체의 차입자 개인식별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기관투자 유치의 물꼬가 트였다.
기관투자자들은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투자 금액이 크기 때문에 온투업체들은 내년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대출비교플랫폼, 대환대출플랫폼 등 플랫폼 비교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중금리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온투업체들은 덩치를 키울 수 있는 성장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신 CDO는 무엇보다 CSS를 강조했다. 온투업이 규제 완화 등에 세일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해도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잘 만든 CSS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니스트펀드는 CSS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연내 CSS 3.1를 도입한 후 내년에는 기존 데이터에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한 CSS 4.0을 탑재할 계획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기 속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대외거시지표, 라이프로그 데이터 등 신규 대안정보를 추가한다. 최종적으로는 어니스트펀드가 추구하는 빅데이터 기반 자동화 분석 파이프라인인 ‘렌딩 인텔리전스’ 컨셉 하에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사결정이 AI를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신 CDO는 "온투업은 금융업이기도 하면서 스타트업인 만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한 반발이 적은 편"이라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고객한테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아직 온투업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내년에 자산이 쌓이고 부실이나 연체율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인식과 인지도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