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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니면 말고'식 가짜뉴스 또 기승…"기술발전으로 정교화해 유권자 판단 흐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0 09:44

가짜뉴스 실태·단속방안…'김만배 허위 인터뷰' 대선 개입 논란 비화



2002년 '김대업 병풍 사건' 16대 대통령 선거 결과까지 뒤바꾸기까지



"경제적 이익 염두에 둬 가짜뉴스 성행…언론 역할·유권자 의식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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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7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내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아니면 말고’식의 ‘가짜뉴스’가 쏟아지면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에 대한 파문이 ‘대선 개입사건’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정부에서 가짜뉴스를 단속·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가짜뉴스 문제가 주요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폐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입법 조치 등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응은 ‘김만배씨 허위 인터뷰’ 논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에 출석해 "특정 매체가 가짜뉴스의 원천 역할을 하고 포털,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시키며 공영방송이 다시 보도하는 조직적인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TF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유관 기관과 협조해 가짜뉴스 조치가 미흡한 방송·통신 분야에 대한 철저한 심의와 이행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인터넷 언론 등의 매체에 대한 규제책 마련 등 제도 개선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또 고의, 중대한 과실 등에 의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방송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법제 등 보완 입법에 나서 가짜뉴스 근절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 7월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 국내 주요 가짜뉴스 사례

주요 사건내용
김대업 병풍 사건대선 후보자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두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령 시계 사건권양숙 여사가 명품시계를 뇌물로 받고 이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방송에서 의혹을 제기한 사건
광우병 사건TV프로그램에서 전국민에게 광우병의 위험성을 거짓 유포한 사건
사드 전자파 사건사드배치  반대 진영에서 전자파로 인해 참외 농사를 망친다는 허위 사실을 제기한 사건
박근혜 게이트 사건박근혜 전 대통령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대량 허위사실들 유포한 사건


◇ 전국민 촛불집회에 ‘대선 결과’까지 바꾼 가짜뉴스 영향력

가짜뉴스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일상화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 가짜뉴스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례는 2002년 ‘김대업 병풍 사건’이다. 이 사건은 군인 출신인 김대업 씨가 당시 대통령 선거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후보 두 아들에 대한 체중 미달로 인한 병역 비리를 허위로 폭로해 대통령 당선자를 바꿔버린 희대의 사건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이를 유세에 적극 활용했고 언론에서도 검증 없이 보도하며 당시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이에 당시 1위였던 이 후보의 지지율이 무려 12%포인트 가량 폭락해 결국 근소한 표차로 노 후보에게 대통령 당선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대선 후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면탈 의혹은 법적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과 무고 등으로 1년 10월형을 받아 복역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 전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사례도 있었다. 그 해 4월 29일 MBC PC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서 앉은뱅이 소를 보도하며 수많은 국민들을 불안감에 빠뜨렸다. 이 방송에 휘둘린 대다수의 국민들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촛불집회를 열었다. 성인은 물론이고 학생들까지 2개월에 걸쳐 수백만 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규탄을 외쳤다. 한 방송이 내보낸 ‘가짜뉴스’와 언론의 무분별한 확대 재생산으로 광우병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가짜뉴스를 퍼뜨린 것은 아니지만 대선 직전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허위 시위을 요청한 ‘총풍사건’도 있었다. 1997년 12월 15대 대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측은 북한 측과 접촉해 휴전선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요청했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DJP 연합’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자 판세를 바꾸기 위한 시도였다. 이를 위해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중국에 파견됐으며 2003년 대법원은 이들 3인방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확정했다.

2022년 10월 24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 명이 자정이 넘은 시각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은 수많은 언론에 의해 보도됐는데 한 달 뒤 허위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외국의 가짜뉴스 대응 주요 대책

미국AI가 만든 가짜뉴스 규제 검토 착수, ‘가짜 얼굴’ 사진 판별 기술 개발 중
유럽연합(EU)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허위정보 자체 검열하는 디지털서비스(DSA)법 도입
프랑스선거  전 3개월 동안 법원인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정보를  게시하지 못하게 명령할 수 있음
독일위법적인 콘텐츠나 댓글의 신고가 들어오면 위법성 판단 후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함
오스트리아선거  또는 국민투표 기간 중 허위 뉴스 유포 범죄로 규정
대만가짜뉴스 유포로 부상자 발생 시 징역, 사망 시 최대 무기징역 처벌


◇ 더욱 고도화되는 가짜뉴스…외국선 어떻게 대응하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는 전세계적으로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 2020년 대선을 전후로 미국은 개표 조작설을 비롯해 각종 가짜 뉴스로 큰 혼란을 겪었다. 대선 직후 폭스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개표 조작이 있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가 가짜뉴스임이 밝혀지면서 폭스뉴스는 투·개표기 제조업체에 1조 400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했다.

게다가 가짜뉴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더욱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연설을 하는 가짜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3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연행되는 가짜 사진이 등장했다. 이 사진과 동영상들은 모두 AI 기술을 탑재한 딥페이크로 제작한 것이다. 딥페이크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반복 학습한 AI로 가짜 사진, 영상, 음성 등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미국은 딥페이크가 선거 기간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할 것으로 보고 대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AI가 만든 딥페이크 이미지가 사용된 가짜뉴스 규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미 국무부 해외 여론 대응팀 글로벌인게이지먼트센터(GEC)도 최근 여러 사람의 얼굴이 조합된 ‘가짜 얼굴’ 사진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유럽연합(EU)도 구글·인스타그램 등 19개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허위정보 등 유해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검열하는 내용의 ‘디지털서비스(DSA)’법을 지난 8월 도입했다. 이를 위반하면 매출액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에 대한 가짜뉴스가 유포된 것을 계기로 2018년 정보조작대처법을 마련했다. 이 법에 따라 선거 전 3개월 동안은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정보를 게시하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2017년 가짜뉴스 금지법이라고도 불리는 소셜네트워크 법집행 개선법을 제정해 2018년부터 시행했다. 이 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제공자에게 위법한 콘텐츠에 대응할 의무를 부과하고, 의무를 위반하면 질서위반금으로 제재한다.

대만에서는 ‘재해방지·구호법’을 개정해 가짜뉴스 유포로 인해 부상자가 발생시 10년 이하 유기징역, 사망자 발생 시 최대 무기징역이라는 초강력 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다.


◇ 민주주의 근간 훼손하는 가짜뉴스…더욱 강력한 법적조치 필요해

가짜뉴스는 휘발성이 강하다. 모든 것은 신속하고 단기간에 이뤄져서 갑자기 나왔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다만 가짜뉴스의 ‘반짝 효과’는 확실해 그에 따르는 부작용과 역풍은 어마어마하다. 허위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가짜뉴스가 이미 퍼지고 난 뒤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한 뒤다.

특히 가짜뉴스는 과거에는 선거 기간 중에만 나오는 일이 많았지만 요즈음은 거의 일상화되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가짜뉴스로 인해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선거 전 정치권에서 가짜뉴스가 성행하는 배경이 특정 이익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가짜뉴스와 경제적 이익이 결합됐다는 것이다.

김철현 경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가짜뉴스는 정치권에 오래 몸 담아 속내를 잘 알고 있고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주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충분한 이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여야가 극한 정치 대결을 펼치다 보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아니면 말고’ 식의 풍문성 가짜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상대를 떨어뜨리기 위해, 혹은 공천 때문에 같은 당 안에서도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공격하는 일도 많다 "고 말했다.

가짜뉴스가 국민의 선택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면서 민주주의의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교수는 "가짜뉴스는 국민의 선택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부분이다"며 "국민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같지만 그 내용이 가짜라면 결국에는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택에 문제를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면 여론을 조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특히 우리 여야가 극한 정치 대결을 펼치다 보니 선거를 앞두고 폭로성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가짜뉴스가 퍼지는 속도도 빨라졌고 나아가 AI 기술이 점차 고도화하면서 점차 진짜와 가짜를 판별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김 교수는 "가짜뉴스는 과거보다 더 심해지고 있다. 세상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면서 오히려 악의적인 가짜뉴스 기교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아마 AI를 활용해 여러 가지 가짜뉴스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의 가짜뉴스 양상을 보면 AI가 만든 사진 등이 빠르게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진짜 가짜를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유포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할 뿐더러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여야가 협정을 해 가짜뉴스 배포에 대한 단호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심할 경우 배포한 유튜브나 언론사를 폐간하는 정도의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근거 없는 유튜브 발언을 확인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속보를 내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유권자들도 근거 없는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는 깨어있고 성숙한 의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것은 배포한 사람이 취하게 된 이득에 비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며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도 고의성 여부, 중대성 여부 등을 따지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도 끊임 없이 가짜뉴스가 재생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파급성과 휘발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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