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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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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에 다시 고개 드는 빚투… 신용융자 5000억 늘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5 16:04

개미들 '빚투' 레버리지로 손실 복구 노려

투자자예탁금도 급증… 증시로 자금 쏠려



이차전지 종목 빚투 쏠림…에포프로 4%대

전문가 "막연한 주가상승 담보 못해 주의를"

빚투

▲공매도 금지 이후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공매도 금지 이후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아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가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용거래융자 17조 넘어서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억1069억원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 이전인 지난 3일(16억6247억원) 대비 약 5000억원이 늘어났다. 지난 9월 신용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넘어섰던 것에 비해 적은 수준이지만 잔고 금액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등 증가세가 뚜렷하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저점이라는 판단 하에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빚을 내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오르면 상관없지만 신용거래가 많은 종목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증권사가 해당종목을 반대매매를 실시하면서 투자자가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탁금 3조 급증… 개미들 증시로


신용융자 잔고와 함께 투자자예탁금도 늘고 있다.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3일 44조6820억원에서 공매도 금지 당일인 지난 6일 47조4297억원으로 증가하더니 지난 10일에는 48조1744억원까지 늘었다. 일주일 새 4조원 가량의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된 셈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난 배경에는 공매도 금지 이후 높아진 주가 상승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여기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 금지가 주가 상승을 유도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이유로 지난 6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지난 6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66% 올랐고 코스닥은 7.34% 폭등했다.

증권사들이 영풍제지 사태 이후 지난달 신용거래 규모를 축소하거나 거래를 중단하고 나섰지만 공매도 금지 하루 만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역대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급등하자 빚을 내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차전지 종목에 빚투 집중


특히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빚투가 집중됐다. 에코프로의 신용잔고율은 지난 3일 3.65%에서 지난 14일 4.04%까지 치솟았다. 최근 한 달 내 에코프로 신용잔고율이 4%대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융자 거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비해 코스닥 종목에 더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율 상위 10개 종목을 살펴보면 10개 종목 중 9개 종목이 코스닥 상장사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랩지노믹스가 잔고율 9.52%로 가장 높았고 상보(8.78%), 오파스넷(8.27%), 시노펙스(7.88%) 등이 잔고율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는 한국무브넥스가 8.84%로 잔고율이 가장 높았다.

다만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빚투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증시 상승은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 시행 첫날 외국인의 숏커버링 매수가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다음날 하락하며 하루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이해득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막연한 기대도, 우려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공매도 잔고 감소는 국내 수급에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성이 약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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