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두고 은행권 안팎에선 상생 압박이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인용되며 은행권도 새로운 정권을 맞을 준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은행권 안팎에선 지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새 정부에서도 상생금융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한숨이 커지고 있다.
연간 7000억 쓰는데…은행권, 포퓰리즘 정책 '우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직후 금융당국은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하고 금융시장 안팎의 상황 점검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현 정부 체제에서 세워진 금융당국의 추진 정책이나 감시 및 압박 기능이 당분간 동력을 잃고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후임자에게 자리를 내주기 때문에 당국 기조나 분위기도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조기 대선 국면에도 금융권 옥죄기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놓인 경제 상황상 여야 불문 '민생 회복'을 강조하며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 것으로 예상됨에따라 오히려 상생금융 압박 수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현 정권에서도 지난 3년 동안 '은행은 공공재', '이자 장사' 등의 표현으로 은행권에 조 단위 수준의 상생금융 마련 압박이 이어져왔다. 은행 및 금융권이 고금리 시기에 국민들로부터 높은 이자를 받아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폭리를 취했다는 명분에서다.
지난해 새롭게 시작된 상생금융 계획에 따라 금융권은 3년 동안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은행권은 매년 약 6000억~7000억원을 출연금으로 쏟아붓게 된다. 연간 약 25만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대상으로, 약 14조원에 대한 금융 혜택을 제공 중이다. 구체적으로 △연체 우려 차주에게 장기분할 상환과 금리 감면 제공 △폐업 예정 사업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과 장기 분할 상환 옵션 제공 △재기 의지가 있는 사업자 대상 저리 대출 제공 등이다.
은행별로 세부적인 지원 방식과 프로그램, 지원 규모는 차별화 했다. 국민은행은 3721억원을 출연해 공통프로그램과 자율프로그램을 통해 소상공인 및 청년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557억원, 3067억원을 지원하며 이자 캐시백과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 중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은 각각 2758억원, 2148억원, 2519억원을 지원해 소상공인을 위한 공통프로그램과 자율프로그램, 맞춤형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걱정…경영 부담 커질 것"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관계자들이 봉황기를 내리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라도 이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은행의 수익 추구를 지적하는 내용의 금융정책을 마련해 입법에 속도를 내왔다. 민주당은 현재 은행 대출금리에 각종 출연금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연초에는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역대급 호실적 속 은행의 사회적 역할 확대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제시해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압박 뿐 아니라, 은행으로선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법안들이 통과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대출금리 산정 체계와 관련해 공시제도 법제화를 논의 중이다. 금리 산정에 있어 세부항목과 구체적인 산정 체계를 밝혀야 해 은행으로선 밝히기 민감한 영역이다. 은행이 합리적인 대출금리를 산정할 수 있도록 금융위의 권고 권한 규정과 관련한 안도 발의됐다.
횡제새 논의의 재점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부터 '횡재세' 성격의 부담금을 신설해 일정액의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하도록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도 발의해오고 있다. 금융사의 이자이익 일부를 기여금으로 징수하는 법안이다.
현 정부는 상생금융이 정례화 될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지만 금융권에선 매년 수천억원대 출연금이 예상되고 있어 정례화는 물론이고 실질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무거운 상생 금융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경우 경영 부담 증가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6월 초 열릴 조기대선을 앞두고 나올 공약들을 비롯해 새 정부의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진행한 상생금융은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강조하고 있어 은행에 장기적인 운영 부담이 있는데다 민주당의 경우 횡재세 도입 등 은행권의 수익을 징수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기에 경영상 끼칠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