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잘 팔리지 않는 토지를 매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기간 무이자 할부 판매는 물론, 매수자가 장기간 집을 짓지 못할 경우 원금에 이자까지 얹어 땅을 되사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세우고 있다.
8일 LH에 따르면 최근 LH의 토지 매각시 토지리턴제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일 LH 대구경북지역본부가 경북 경산 대임 공공주택지구 내 일반 상업용지 3필지를 이 방식으로 내놨다. 경쟁 입찰로 공급하며 납부는 5년 무이자 6개월 단위 분할납부다.
토지리턴제는 토지 구매자가 대금 수납 기간 50%가 경과한 날부터 잔금 납부 약정일까지 계약금 몰수없이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가 가능한 조건부 계약을 말한다. 쉽게 말해 땅을 팔고 난 후 일정 기간 내에 착공을 하지 못했을 경우 구매자가 LH에 땅을 다시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LH는 구매자에게 계약금 및 할부 원금에 이자까지 붙여 돌려줘야 한다.
건설사 등은 사업부담이 없다 보니 잘 팔리지 않는 토지를 적극적으로 매수할 수 있고, LH는 미매각 토지를 일단 팔아 미분양 부담을 줄일 수 있다. LH는 지난해 10월부터 이같은 토지리턴제를 재도입해 최근 여러 곳의 미분양 토지 매각에 적용했다. 특히 이전에는 지방 미매각 위주의 공동주택용지와 수도권은 상업용지만 적용했지만, 최근엔 서울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 공동주택용지까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원 당수 지구 공동주택용지(C2BL)와 서울 강남권 주차용지마저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매각 공고를 냈다.
토지리턴제는 과거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됐을 때 토지 매각 활성화를 위해 활용됐다. 또 2013년 미매각 토지가 30조원대에 달했던 시기에도 LH가 '원금보장형 토지리턴제'를 실시한 바 있다. 이같은 토지리턴제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현재도 당시처럼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민간에 팔리지 않은 LH 미매각 토지는 약 2조원 규모다. LH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429억원에 그친 공동주택용지 매각 대금 연체 규모는 올해 3월달 기준 9575억원까지 늘었고, 공동주택용지 해약 금액도 7732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편 토지리턴제는 상황에 따라 LH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구매자가 실제로 환불을 요구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생긴다. 2014년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 6·8공구 내 세 개 필지(A1, A3, R1)를 교보증권 컨소시엄에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매각했다가 나중에 두 개 필지에 대한 환매 요청이 들어오는 바람에 이자를 포함해 총 5900억원이나 물어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LH도 리스크를 줄이고자 조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매각이 불투명할 것이 분명한 토지들을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토지리턴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가 공동주택용지 입찰 자체를 포기함에 따라 향후 주택 공급이 축소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며 “건설사의 재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일 뿐, 기납부한 계약보증금과 계약보증금을 제외한 납부대금에 그동안 발생한 이자를 합산해 반환하는 조건이므로 LH의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LH는 토지리턴제 외에도 거치식 무이자 할부 방식도 쓰고 있다. 최근까지 고양삼송 종합의료시설용지를 1년 6개월 거치 5년 무이자로 공고를 올렸고, 현재 남양뉴타운 단독주택(점포겸용), 준주거용지 및 병점복합타운 주유소용지도 1년거치 무이자 할부로 나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할인 분양에 들어가면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없는 상황이라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상업용지든 공동주택용지든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결국 해당 입지에 어떤 사업이 잘 어울릴지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