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신혼 및 신생아를 낳은 부모들에게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이를 키우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이 필요한데 대부분 방 2개 이하 소형 평형이 공급돼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SH가 지난달 모집한 '2024년 1차 신혼·신생아 매입임대주택'은 1.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대부분 방 2개 등 소형평형 주택이 공급되면서 무자녀 신혼부부가 대거 지원한 반면 신생아 가구는 전체 약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매입임대주택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주택을 매입해 주거 취약계층에 재임대하는 형태의 주택이다. SH의 신혼·신생아 매입임대주택은 매년 3월과 9월에 공고가 올라온다. 기본적으로 '매입임대I'은 월평균소득 50~70%이내에게 시중시세 30~50% 수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매입임대II'는 월평균 소득 80~120%이내에게 시중시세 60~70%로 제공하고 있다.
SH의 신혼·신생아 매입임대는 올해 처음으로 공급됐다. 매입임대I과 II 각각 350가구씩 총 700가구다. 1순위는 2년 이내 출생한 자녀가 있는 신생아가구와 보호대상 한부모가족이다. 2순위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예비)신혼부부와 6세 이하 자녀 있는 한부모가족이 대상이다. 3순위는 무자녀 (예비)신혼부부, 4순위는 1~3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혼인가구, 5순위는 월평균소득 120% 이내 가구다. 보통 매입임대주택은 3순위 선에서 마감되기에 4, 5순위까지 기회는 오지 않는다.
SH에 따르면 이번 700가구 공급에 총 1224가구가 지원해 경쟁률 1.74대 1을 기록했다. 매입임대I은 687가구, 매입임대II는 537가구가 지원해 각각 1.96대 1, 1.53대 1이 나왔다.
그러나 1순위 자격이 있는 신생아 출산 가구는 매입임대I에 218가구, 매입임대II에 78가구만 각각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지원자 중 24.1%밖에 해당하지 않는 수치다. 반면 3순위인 무자녀 가구 자격으로 지원한 사람은 총 851가구에 달했다.
이유는 공급된 주택들이 아이들을 키우기 힘든 소형 평형들이었기 때문이다. 매입임대I은 226채 중 6채만이 쓰리룸이고 나머진 모두 투룸이다. 또 매입임대II는 119채 중 11채만이 쓰리룸이었다. 주택을 통해 저출산 저하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입지도 특정 지역에 치우쳐 있었다. 전체 물량 중 68%(235가구)가 금천구, 도봉구, 종로구 등 3개구에 몰려 있었다.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마포구, 서대문구, 노원구, 관악구 등에선 공급이 되지 않았다.
서울 금천구 독산역 거주 신혼부부 A씨는 “소득이 낮기에 아파트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빌라에 당첨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긴 한데, 아무리 신생아라고 해도 투룸에서 아이를 키우기엔 공간활용이 쉽지 않아 다른 선택지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H 관계자는 “매입임대는 국토부에서 결정하는 것이기에 투룸이나 쓰리룸 등 평형과 입지를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며 “향후 매입임대주택이 얼마나 공급될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매입임대주택은 정부가 주거취약계층 입장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의 주거수준을 만족하지 못 하고 있다"며 “좀 더 소비자 욕구 수준에 맞는 주택들이 공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