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은 이제 사회적 문제다.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국민 눈높이 수준에 맞는 층간소음 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대표 층간소음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1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주거문화개선연구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차 소장은 층간소음 문제가 더이상 이웃간의 다툼이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됐다고 진단했다. 극에 달한 층간소음 갈등이 법적 공방은 물론, 폭행과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실제 층간소음 갈등은 매년 증가추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 상담 건수는 2019년 2만6257건,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 6596건, 2022년 4만393건, 2023년 3만6435건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살인과 폭력 등 5대 강력범죄도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증가했다.
차 소장은 “층간소음은 개인 간 다툼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층간소음은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으로 나뉜다. 경량충격음은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의자를 끄는 소리 등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 중량충격음은 아이들이 뛰는 소리, 러닝머신 소리 등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음을 일컫는다. 공동주택 입주자를 괴롭히는 소음은 대부분 중량충격음이다.
그는 “좋은 흡음재를 쓰면 경량충격음은 줄어도 중량충격음은 잘 줄지 않는다"며 “중량충격음 저감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층간소음 법적 처벌 수준이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차 소장은 지적했다. 현행법상 층간소음 처벌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죄로 10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또한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층간소음 문제를 처벌하기조차 어렵다.
차 소장은 “해외에서도 층간소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우리나라보다 처벌수준이 강하다"며 “독일의 경우 연방질서위반법에 의하여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불필요한 소음 배출은 위법으로 정하고, 최대 과태료 5000유로(약753만원)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차 소장은 정부가 최근 층간소음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들의 눈높이 수준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주택법 개정안과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건설사가 신축 아파트의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결과를 입주 예정자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했다. 또 8월부터는 층간소음 기준이 더욱 강화돼, 성능검사 결과가 기준치인 49㏈(데시벨)에 미달하면 보완 시공을 권고받게 됐다. 성능검사 결과를 누락하거나 허위 통보할 경우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도 부과하고 있다.
차 소장은 “정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인식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정부의층간소음 대책은 국민들이 해결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그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비자들과 시공사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입주 전 직접 듣고 판단해서 문제가 있다면 시공사에게 건의해 보완을 요청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차 소장은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대안 중 하나라고 짚었다. 지난 10월부터 7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의 층간소음관리위원회 구성이 의무화됐지만 참여하려는 사람이 적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차 소장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등 정부가 운영하는 층간소음 분쟁조정기구가 있지만 방문 조사가 이뤄지기까지 수개월씩 걸리는 경우 많다"며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소음 문제를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도 아무런 혜택이 없는 만큼 참여하려는 사람이 적다"며 “다양한 인세티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