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원 재원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 |
[재원노동법률사무소 우재원 공인노무사]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111년 기상관측 사상 최고 온도 기록도 경신했고, 체감온도는 체온을 훨씬 웃도는 40도 이상이었다. 조상들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를 삼복으로 지칭했다.
복날에는 전통적으로 개장국을 많이 먹었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에는 삼계탕이나 치킨이 인기이다. 그 중에서도 프라이드 치킨은 더위와 상관없이 언제나 사랑받는 음식이다.
프라이드 치킨은 미국 남부에서 유래 되었다. 미국 남부 켄터키 주에서 닭튀김을 팔던 커널 샌더스가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로 건너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이라는 점포를 냈다. 이것이 세계 80여 개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우리가 아는 그 친근한 백발 할아버지가 커널 샌더스 본인이다.
KFC의 성공담은 여러 가지 시사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 할 것이 있다.
커넬 샌더스는 62살의 나이에 KFC를 창업했다. 그전에도 여러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모두 망했고, 우리나라의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지위에 있었다. 하지만 비참한 상황에도 낙심하지 않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창업에 나섰고, 결국 세계 최고의 치킨 프랜차이즈를 탄생시켰다. 은퇴 후에도 홍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왕성한 활동을 했고 9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인생의 후반기에 큰 업적을 이루는 사례는 커널 샌더스 말고도 수없이 많다. 거대왕국 ‘월마트’의 설립자 샘 월턴은 44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작은 가게를 시작했다. 유명한 스포츠 슈즈 브랜드 ‘아디다스’는 아돌프 다슬러가 49세에 처음 차린 회사이다. 코카콜라는 존 펨버턴이 55세에 만들었고, 레이 크록은 53세에 맥도날드 1호점을 차렸다.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이 62세에 완성했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평생을 농장 아낙으로 살며 소일거리 삼아 자수를 놓다가 관절염 때문에 바늘을 들기 어려워지자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다.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창업이나 전문 영역뿐만 아니라 취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중년’ 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신중년’ 이란 전체인구의 1/4, 생산가능인구의 1/3을 차지하는 5060세대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주역이었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으며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세대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이들을 은퇴자 혹은 노인으로 국한해 부정적이고 사회에서 격리되는 이미지를 부여했다. 실제로도 인구수에 비해서 정책적으로 소외 받는 집단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일에 대한 경력과 노하우가 충분하며, 의욕과 필요 또한 갖추고 있다.
그래서 올해 정부는 이들을 멋지게 재포장하여 은퇴 이후의 취업을 지원할 정책을 수립했다. 바로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 사업이다.
작년에는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이라는 명칭으로 주된 일자리(1모작)에서 퇴직 후-재취업 일자리(2모작)로 이동했다가-다시 사회공헌 일자리(3모작)로 이어지도록 하는 로드맵을 설정했다.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경력과 노하우를 지닌 신중년들의 퇴직 이후의 고용 촉진을 위해 도입된 방안이다.
사업주가 만 50세 이상 구직자를 신중년 적합직무로 채용하면, 우선지원대상기업은 월 80만 원, 중견기업은 월 40만 원씩 최대 1년간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첫해인 만큼 올해는 2000명 규모로 실시하며, 내년에 더 확대한다. 적합직무는 경영·진단전문가, 노년플래너, 산업카운슬러, 전기·설비 기술자 등 55개이다.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생’이라는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드라마에서는 사회 초년생에게 건네는 충고이지만, 신중년 역시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성공한 인생 제2막을 시작하고 싶다면 꼭 명심해야할 말이다. 100세 시대이다. 50세에 무언가를 시작해도 50년을 더 할 수 있다. 신중년의 새로운 시작을 열렬하게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