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후원한 ‘제4회 에너지안전포럼’ 세미나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이원희 기자] "중대재해 처벌 규정이 모호해 어떻게 대응할지 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인력과 예산을 얼마나 확보할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에너지경제신문의 주최로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제4회 에너지안전포럼’의 종합토론회에서 중대재해법을 직접 체감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이같이 말했다. 현장의 혼선과 함께 대비도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토론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대시민재해, 영세업자들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이날 세미나의 종합토론은 좌장을 맡은 하동명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펼쳐졌다. 종합토론은 △중대재해처벌법 주요 쟁점(박성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고 발생시 대응(강태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전기안전관리 중대재해 이렇게 예방한다(조세익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전관리처장) 등 3개 주제발표에 뒤이어 진행됐다. 토론에는 주제발표자와 함께 배재형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안전과 사무관, 임주혁 한국전력공사 안전보건처 산업안전실장, 추성집 한국수력원자력 산업안전보건부장,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윤승환 연세대 공학대학원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하동명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사진=송기우 기자 |
◇ "추상적인 중대재해처벌법… 구체적 대응방안 마련하고 국민적 공감대 필요"
하동명 교수는 "올해처럼 중대재해 처벌에 관심이 높았던 적이 없다"며 "그만큼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기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부분"이라며 토론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갑작스럽게 에너지전환에 따른 기술 개발을 하다 보니 사고 등에 대한 우려도 높다"며 "기술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한 뒤 에너지전환에 대한 문제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제안했다.
하 교수는 "안전을 지키려면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규정을 뒷받침 하는 건 기술"이라며 "기술이 함께 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지 안전한 사업장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안전관리와 밀접한 현장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임주혁 한국전력공사 안전보건처 산업안전실장. 사진=송기우 기자 |
임주혁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추상적인 부분들이 많다"며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불편함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특히 감전 사고가 많은데 이 경우 휴전작업, 즉 전기를 중단한 뒤 작업을 해야 하는 업무들"이라며 "가장 안전하게 작업하려면 전기를 멈춰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애로사항이 많다"고 우려했다.
임 실장은 "정부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공공기관이니 예산과 인력 모두 정부의 통제의 범위에 들어가는데 중대재해에 대응하려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안전을 확보한 뒤에도 전기요금이 상승하거나 정전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나 사회적 불편함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그건 아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세익 한국전기안전공사 안전관리처장. 사진=송기우 기자 |
조세익 처장은 "안전관리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기업의 전체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인증화 할 수 있는 부분이 마련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산업안전에 대한 컨설팅을 받아보니 시스템은 갖춰졌지만 현장에서 정전작업 없이 진행되는 전기검사 제도가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왜 위험한 작업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 돌이켜보니 정전작업이 원칙이기는 하나 기업의 생산성과 일상의 불편함 등이 발생했었고 고객들 요구사항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공사를 진행하면 고객들 요구사항도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안전관리 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등 기업의 전체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인증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송기우 기자 |
에너지 산업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탄소중립 과정에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의 연구위원은 "수소나 신에너지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중대재해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위원은 "탄소중립에 대해 특히 전력부문이 큰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전력 부문을 포함한 에너지의 탄소중립과 안전성 확보 두 가지를 모두 이뤄야 한다"며 "특히 탄소중립 달성에 주력이 되는 수소와 신에너지 산업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고가 나면서 산업 발전이 2∼3년 정도 미뤄지기도 했고 강릉 수소 폭발 사건으로 수전해 연구가 늦어지기도 했다"며 수소와 신에너지 산업에 관한 대표적인 사건들을 언급했다.
▲강태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송기우 기자 |
◇ "중대산업재해뿐 아니라 중대시민재해도 신경 써야…영세업자 위한 대응방안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중대산업재해뿐 아니라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태훈 변호사는 "중대 산업재해와 관련해 논의가 많은데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며 "도시가스나 충전소에서 사고가 나 거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경우 중대 시민재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에너지기업은 소속 근로자뿐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 안정도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추성집 한국수력원자력 산업안전보건부장. 사진=송기우 기자 |
추성집 부장은 "한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한 TF를 지난해 구성해 최근 세부적인 지침과 절차들을 만들어 안전관리를 대비하고 있다"며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해서 한수원은 댐과 저수지, 양수발전 등이 있어서 중대시민 관련해서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시민재해 관련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자만 일반 시민에게 공개돼있는 시설을 어떻게 안전 관리할지 부담감이 크다"며 "한수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장은 "최근에는 해외사무소에 있는 직원들도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들어 해외에 있는 직원들의 안전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영세기업들이 취약해 이들을 위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승환 연세대 공학대학원 교수. 사진=송기우 기자 |
윤승환 교수는 "대규모 에너지공기업에 비해 영세한 기업들은 법 조항을 보더라도 중대재해법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며 "공기업이 협력하고 있는 영세한 기업들에게 관련 사례들을 공유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에서부터 규제기관, 피해자 유족, 언론,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힌다"며 "로펌 등에서 이해관계자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영세업자들에게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중대시민재해도 현장에서 정말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명확하게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컨설팅을 할 때 ‘어떻게’를 가장 중요시 한다. 각 기업마다 다른 조직과 체계,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안전을 넣은 이유는 결국 안전을 우선시하라는 의미"라며 "안전시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매해 점검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규정을 마련해 규정대로 갈 수 있도록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제안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 결국,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재형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안전과 사무관. 사진=송기우 기자 |
배재형 산업부 사무관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산하기관들과 회의해서 어떤 식으로 대비를 할지 검토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가스업계와 가스안전공사 등 다른 기관들과 주기적으로 회의와 간담회를 개최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영세한 사업자분들이 중대재해법 대상이 되는지 궁금해하는 민원을 많이 보내고 있다. 법률상 중대재해법 대상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호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송기우 기자 |
박성호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논란도 많지만 어렵게 만들어진 법인 만큼 이 법을 어떻게 잘 지켜서 중대재해를 줄이고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으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판도 많았지만 여야가 밀도 있게 협의하고 법무부 등 정부 부처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회의를 열심히 진행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발생한 산업재해를 없애자는 노력으로 시작해 기업의 걱정과 법률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명확성 원칙이나 책임과 형벌 균형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 고심한 끝에 만든 법"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어떤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