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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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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충격…90일 ‘골든타임’ 어떻게 보낼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12 18:40

유예기간 활용 HTS 코드 정비 시급
FTZ·관세 환급제도 등 실효성 필요
“기업의 미국 기여도 입증이 핵심”

US-POLITICS-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10일 워싱턴 D.C. 백악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좌)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우)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외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산업계는 유례없는 통상 충격에 직면했다. 이후 90일의 유예 기간이 부여됐지만, 이는 제도적 면제가 아닌 전략적 대응을 위한 제한된 '골든타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 정부와 주요 산업계는 이 시간을 '충격 최소화'와 '사후 대응력 극대화'를 위한 결정적 기회로 보고, 외교 채널 가동, 공급망 정비, 관세 예외 신청 준비 등 다층적 대응에 착수했다.


관세 충격 최소화를 위한 90일 전략 필요

12일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관세 발효는 지난 9일부터 시작됐으며,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해 적용됐다. 산업계는 이 90일은 사실상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조치 실행의 유예기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기간 집중해야 할 분야로는 △대미 로비 강화 △공급망 유연화 △HTS 코드 재검토 △관세 환급제도 활용 △관세 예외 신청 준비 등 즉각 실행 가능한 조치 중심으로 분석된다.


유예 기간 중간에라도 추가 제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산업계는 순차가 아닌 병렬적 조치에 나설 필요가 강조된다.




가장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항목으로는 HTS 코드(미국 관세 품목 분류번호)의 정비작업이 꼽힌다. 같은 제품이라도 코드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명확한 코드 적용은 불필요한 고율 관세를 유발할 수 있는 핵심 리스크로 분석된다.


관세율이 다른 유사 코드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고, 법률·관세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재분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의 첫 숙제다. 같은 제품이라도 세관에서 어떤 코드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장비를 '노트북 부품'으로 보느냐, '일반 전자기기'로 보느냐에 따라 수천만 원의 관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정확한 코드가 무엇인지 세관과 이견이 생기면, 그 사이 물건은 항구나 공항에 묶인다. 이에 미국 관세 당국과 협조를 통해 제품의 수출입 품목의 사양을 확인하고 코드를 조정해야 하는 업무가 유예 기간 중 가장 먼저 할 일로 북가 중이다.


공급망 조정·관세 회피 방안 마련해야

이어 선적 일정 조정·재고 확보 등 공급망 기민화도 필수적인 조치로 떠오른다.


관세 부과 시점 이전에 선적을 마치거나, 미국 내 물류창고에서 재고를 확보해두는 방식으로 관세 적용 시점을 유리하게 조정하는 전략이다. 제품 특성과 물류에 걸리는 시간, 창고 확보 여부 등에 따라 차별적 전략이 요구되는 분야다.


관세 적용에 따라 물건이 시급하게 이동해야 할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유연한 공급망을 미리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이 밖에 해외무역지대(FTZ·Foreign Trade Zone) 활용 가능성도 이 기간 집중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FTZ란 미국 세관당국의 관할 구역 밖으로 간주되는 미국 입국항구 내 또는 인근에 위치한 물류 지점을 말한다.


미국 내 FTZ를 활용하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납부를 연기하거나, 재수출 시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특히 중간재를 미국에서 조립하거나 가공한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에서 효과적이다.


이어 관세 환급제도(Duty Drawback)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품목들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지저도 있다. 일정 품목의 경우, 수입시 납부한 관세를 사후에 환급받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한 공급망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공정과 같은 전통적인 FTA 논리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해왔는가'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에 전략적인 조치를 준비할 수 있는 사전 점검의 시간으로 유예기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WTO 제소나 장기적 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실효성 높은 조치를 먼저 병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유예 기간 중에 관세 예외 확보, 코드 조정, 로비 전략 등에서 1차 성과를 내지 못하면 향후 조치는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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