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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물가관리, 가격억제만 능사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2 17:22
조하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정부의 압박으로 주류업계가 백기를 들며 주류 가격 인상 논란도 잠잠해진 눈치다. 표면적으로는 소위 ‘공개 경고’가 약발이 먹힌 듯 하지만, 애먼 규제로 시장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해 주류 제조업체 실태조사에 들어가자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등 소주 제조업체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인상 요인은 분명하지만 사실상 주류업계가 인상을 주도한 적도, 인상 계획을 발표한 적도 없어 억울한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제반 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만큼 추후 소주값 인상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정(에탄올) 등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 병 값 상승 등 변수는 그대로인데 별다른 지원책도 없이 업계가 오랫동안 원가 부담을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주와 달리 맥주·탁주는 올해 주세마저 오른다. 오는 4월부터 맥주는 리터(ℓ)당 전년 보다 30.5원 오른 885.7원, 탁주는 1.5원 오른 44.4원의 세금이 붙는다. 정작 술값을 올릴 명분을 정부가 제시해놓고 출고가 인상을 틀어막은 셈이다. 통상 전년도 물가 상승률만큼 주세 부담이 커지고 고스란히 판매가에도 연동되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서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 같은 물가연동제 개편 의사를 밝혀 또 다른 문제로 연결될 전망이다. 제도 손질로 편승 인상 요인을 뿌리 뽑겠다는 의견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당초 매년 소비자물가를 연동해 맥주·탁주에 종량세를 매긴 이유는 주종 간 세금 형평성 때문이다. 제품값이 오른 만큼 세금이 자동으로 더해지는 소주와 달리 종량세인 맥주·탁주 세율만 고정될 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추 부총리 의견대로 국세청이 집중 관리 중인 맥주·탁주 세율을 일정 시점에 한 번씩 국회가 정하도록 한다면, 세율 책정 때마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는 업계 지적이다.

외부 변수에 따른 경영 부담이 높아지는데 특정 품목 가격만 제한할 경우 기업의 손실은 물론 공급 감소로도 연결될 수 있다. 추후 가격 통제가 사라져 기업이 누적된 손실분만큼 뻥튀기 인상에 나서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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