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현대차 ‘캐스퍼 마케팅’ 올인했는데···‘노조 리스크’에 힘 빠지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0 15:07

GGM 노조 민주노총 가입 ‘전운’···광주형 일자리 좌초 가능성

임금협상 앞두고 정년 연장·금요일 4시간 근무 등 요구 ‘생떼’

자료사진.

▲자료사진. 현대차 노조 간부들이 대의원 회의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노조리스크'를 또 다시 만났다. 국내에서 경차 캐스퍼 관련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었는데 정작 차를 만드는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당초 약속을 깨 전운이 감돈다.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서는 노조가 정년 연장, 금요일 4시간 근무 등 '생떼'를 부리고 있어 부담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광주형 일자리'로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일부 노동자들은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캐스퍼가 만들어지는 이 공장은 당초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정 시점까지 노사 문제를 '상생 노사발전 협의회'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누적 35만대 달성' 등 생산 안정화를 위한 기준도 정했다. 동종 기업에 못 미치는 임금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생활·복지 혜택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원칙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GGM 1·2노조가 세력을 키우고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사측을 크게 압박할 것으로 본다. 위탁 생산 중인 캐스퍼의 생산 확대나 기존 라인 조정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GGM 직원들이노동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GGM은 캐스퍼를 2021년 9월부터 위탁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달 기준 누적 생산량 11만7000여대를 기록 중이다. 올해 목표 생산량은 4만8500대다. 특히 오는 7월15일부터는 캐스퍼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생각이었다.




현대차는 그간 캐스퍼 국내 판매 확대를 위해 '마케팅 총력전'을 벌여왔다. 안다르·빽다방·네이버웹툰 등과 손잡고 출고 고객에게 현금 등을 지원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봄맞이 캐스퍼 헬스 케어 서비스' 등 소비자 지원도 강화했다. 이달 초까지는 전용 전시 공간인 '캐스퍼 스튜디오 송파'를 운영하기도 했다.


최근 3개월여간 현대차가 캐스퍼 관련 진행한 이벤트는 7종에 달한다. 단일 차종 기준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GGM의 생산 정상화를 위한 전사적인 역량을 기울였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네이버웹툰

▲현대차는 고객이 네이버웹툰 내 이벤트 페이지에서 응모하고 추천 웹툰 작품을 3회 이상 열람하면 추첨을 통해 ▲캐스퍼 디 에센셜(1명) ▲캐스퍼 24시간 시승권(200명) ▲네이버웹툰 쿠키 10개(500명) 등의 경품을 제공하는 캐스퍼 출고 이벤트를 실시했다.

현대차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노조가 상당히 공격적인 요구안을 발표해 접점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끌어냈다.


요구안 주요 내용은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컨베이어 수당 최고 20만원으로 인상 등이다. 별도 요구안으로는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 등을 다룬다. 여기에 신규 정규직 충원, 신사업 유치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 상여금 900% 인상, 사회공헌 기금 마련 등도 덧붙였다.


이 중 정년 연장, 금요일 4시간 근무 등은 사실상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노조 측은 무리한 수준의 임금·성과금 안을 마련해 놓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별도 요구안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또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던 차종이 단종되면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역수입하는 것 금지, 해외공장 생산 차종을 노조와 논의 후 결정,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체계 구축 등도 사측에 통보한 상태다. 노조는 '최대 실적에 걸맞은 공정한 분배'를 강조하며 올해 교섭에서 강하게 회사를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8~9일 진행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 같이 결정하고 사측에 관련 문서를 발송했다. 노사는 오는 23일쯤 상견례를 하고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