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요동치는 국제 정세···재계 ‘맞춤 전략’ 찾기 분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1 15:04

이란 대통령 사망에 ‘중동 위기’ 전운···국제유가도 ‘들썩’

대선 앞둔 美 ‘정치 리스크’ 확대···대만·러시아 등 정세도 불확실

20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20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각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재계 주요 기업들은 '맞춤 전략'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동,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연이어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있어 유가·환율 등 변동 추세를 전망하기 힘든 상황이다.


21일 재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에서는 최근 '대형 변수'가 또 생겼다. 이란 내 권력서열 2위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 미사일 공격 등을 주도한 '초강경파'다. 임기 2년차인 2022년에는 이른바 '히잡 시위'를 유혈 진압하기도 했다. 당장은 모크베르 수석부통령이 행정부 수반을 대행하고 이르면 7월 중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 사회는 라이시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이란 정국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반서방 보수파가 리더십을 유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히잡 시위를 유혈진압한데다 서방과 거리를 두며 경제난이 계속 심각해진 영향이다.


재계는 일단 유가가 움직이는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까지는 6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와 두바이유 등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만 향후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변수도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최근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도 고령인 압둘아지즈 국왕의 건강 악화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가 크게 오를 경우 중국발 저가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 부담 상승으로 고사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정유사들 역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연료비 부담이 직접적으로 커지는 여행·항공 업계나 해운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향후 중동 분쟁 격화로 유가 급등 시 한국의 올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최대 4.98%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정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재계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그간 미국 정부의 지원책을 믿고 현지에 조 단위 투자를 이어왔다.


미국은 최근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그에 따른 피해에 대응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상 대선을 앞둔 '표심 경쟁'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물리던 25%의 관세를 올해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기존 7.5%에서 25%로 상향된다. 중국산 레거시(범용) 반도체 관세도 25%에서 내년 50%로 올린다. 천연 흑연, 영구 자석의 관세율은 0%에서 2026년 25%로, 그 외 핵심광물은 0%에서 올해 25%로 각각 뛴다.


완성차·이차전지 기업들은 해당 결정의 후폭풍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중국 업체들과 미국 내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철강 업계는 중국발 출혈경쟁이 예고되면서 표정이 좋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현금 살포'를 한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의 돈 풀기가 잠잠해지는 듯 했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해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안 관계도 복잡해졌다.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정식 취임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울 확률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지난 20일 총통 취임식에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한 것과 관련 “중국 측은 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시기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로 더욱 돈독해지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별도로 전문을 보내 “우리의 상세한 협상들이 러시아와 중국의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상호작용을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 기업들은 서방 제재로 러시아 등에서 사업 규모를 축소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한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는 애국소비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소비재들이 외면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프리미엄 전략' 등을 구사하며 중국을 공략할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