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내실을 다지고 신성장동력을 찾으며 순항하고 있다. '홀로서기' 3년만에 몸집을 키우고 구조를 개혁하며 업계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성장사업 발굴을 위한 벤처캐피탈을 설립하는 등 미래를 위한 대비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은 지난 2021년 5월3일 LG그룹에서 독립했다. 계열분리 직후 10조622억원이었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조2734억원으로 늘었다. 재계 순위는 44위를 달리고 있다.
계열사들은 저마다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외형을 키워가는 동시에 내실까지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종합무역회사 LX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C MDI, LX벤처스 등이 그룹 산하에 있다.
주력사 LX인터내셔널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 14조5143억원, 영업이익 43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빠진 실적이지만 2022년 자원 시황 등이 크게 호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역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LX인터내셔널은 석탄, 팜, 트레이딩 등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창출한 유동성을 이차전지 광물 및 소재 등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경영권을 확보한 인도네시아 AKP 니켈 광산을 시작으로 광산, 제련소 등의 자산도 지속적으로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LX세미콘은 차량·가전용 시스템 반도체 등을 앞세워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LX하우시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32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01.1% 증가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이 기간 건설·부동산 등 전방시장 침체에도 창호와 단열재, 산업용 필름 등 주요 제품의 판매를 증가시켰다는 게 이목을 잡는다.
LX그룹은 또 지난해 6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을 설립했다. 지주사 LX홀딩스가 자본금 120억원을 출자해 LX벤처스를 설립한 것이다. 이 회사는 미래 유망 산업군에 있는 우수 벤처기업·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표로는 LX홀딩스 경영전략팀장으로 투자를 담당해온 이근명 대표가 선임됐다.
재계에서는 LX벤처스 초기 투자가 그룹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집중될 것으로 본다. 신재생 에너지, 제조·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 반도체 기술·소재 등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새 먹거리'로 분류하고 집중하고 있는 분야들이다.
M&A를 통한 체질 개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HMM 인수전에서 LX그룹은 포스코 등과 함께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스타트업 투자 뿐 아니라 '빅딜'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구 회장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올해 위기대응 체제를 고도화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LX홀딩스 제3기 주주총회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LX는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급변하는 대외환경에도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토대와 틀을 갖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며 “사업·고객·지역에 대한 포트폴리오 건전성을 제고하고 기본역량 강화로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한편 지속 성장을 위해 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의 전후방 변화를 신속하게 감지해 신사업의 발굴과 육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순항하고 있는 LX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세대 교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할 전망이다. 장남인 구형모 LX홀딩스 부사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지분을 효율적으로 받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 부사장은 2014년 LG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LX그룹 출범과 동시에 자리를 옮겼다. 구 회장은 구 부사장에게 꾸준히 지분을 증여하고 있다. 구 부사장은 LX홀딩스 지분 12.15%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