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경제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재계 주요 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한한령 해제' 등에 따른 수혜를 예상할 수 있는데다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등이 본격화하면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7일 정재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가지고 양국간 다각도로 소통 창구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FTA 2단계 실무 협상도 본격화하고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3국 경제인들도 모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와 공동으로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을 열면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단됐다 4년5개월여만에 재개된 이날 회의에는 각국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 약 280명이 참석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하범종 ㈜LG 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도 자리했다.
재계 최대 관심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미국·유럽 등과 관세 전쟁을 벌이며 국제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경제 협력을 강화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당장 유커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과 중국은 FTA 2단계 논의를 8년만에 재개하면서 개방 분야를 관광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해 1분기 방한한 중국 관광객은 101만5000여명 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66만6000명)을 제치고 1위지만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아직 80% 정도만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커가 돌아올 경우 당장 항공·여행 업계는 함박웃음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의 경우 중국 하늘길을 예상보다 넓히지 못해 그간 대체 항로를 찾는 데 열중해왔다. 호텔·면세점 역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해외 시장 개척에 열중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게도 유커 귀환은 반가운 소식이다.
재계 총수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은 전날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특히 이 회장은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따로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등 삼성 그룹사 최고경영진도 총출동했다.
리창 총리는 지난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을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한 적 있다. 이 회장은 리창 총리에게 “코로나19 시절 삼성과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리창 총리는 “삼성은 이미 훌륭한 기업이지만 중국에 왔기 때문에 더욱 잘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산 소비재가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반도체 등을 만들고 있지만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0%대다. 현대차 역시 '사드 보복' 이후 판매량이 내리막길을 걸어 생산 공장을 계속해서 처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