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오른쪽 4번째)이 2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바이오기업 성장지원 생태계 조성방안'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국내 바이오산업은 여전히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업계의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기술특례상장, 인수합병(M&A) 등 바이오벤처가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최수진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28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51회 산업발전포럼에서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이같이 조언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과 한국바이오협회가 공동 주최한 이 포럼은 바이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기업 성장지원 생태계 조성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 종식과 일부 바이오벤처의 임상실패 등으로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바이오업계가 자금조달 및 후속임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련됐으며, 활로 모색을 위해 바이오벤처 자금조달 주요경로인 '기술특례상장제도'와 'M&A'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우선 기조발제에 나선 최수진 당선인은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상장한 바이오벤처가 2020년 17개에서 지난해 9개로 감소했다"고 말해 기술특례상장제도 활성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매출이 없어도 기술력을 갖춘 회사의 성장성을 감안해 상장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로, 최근 오리온그룹이 인수한 레고켐바이오(현 리가켐바이오) 등이 이 제도로 성장했으나 특례상장 및 특례상장 유지요건을 완화해 바이오벤처의 엑시트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특례상장 5년 후 일정 규모의 매출 발생 등 재무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특례상장을 폐지하는 현 특례상장제도는 10년 가량 장기간 신약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제발표를 맡은 조병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상장 후 장기간 동안 매출 등 재무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바이오산업의 특성"이라며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조 파트너는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상장한 바이오벤처의) 상장폐지 조건을 미국, 일본, 영국 증권거래소와 같이 매출,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익 등 재무성과 중심에서 시장평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포럼에서는 바이오벤처의 엑시트 경로로 상장(IPO)에 의존하는 국내 관행에서 벗어나 미국과 같이 M&A 위주로 다변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병진 파트너는 “지난해 기준 국내 바이오벤처의 엑시트의 80%가 IPO에 치중돼 있다"며 “미국도 1980년대에는 IPO 비중이 높았으나 1990년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 개념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M&A가 엑시트의 90%를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조 파트너는 “자체 R&D 투자시 설비투자 등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처럼 M&A로 외부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당선인 역시 “벤처캐피탈 투자의 정부 비중이 우리나라는 62%로 일본 36%, 미국 17%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어렵게 하는 현 제도를 개선하고 M&A를 활성화해 상장이 목표가 아닌 벤처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현 특례상장제도는 상장 5년 후부터 매출을 내야 한다는 상장유지조건이 있어 임상시험 등 장기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바이오벤처가 수익사업 찾기에 나서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새로 개원하는 국회에서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지원방안들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