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전기차,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협의체를 이끌며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가 하면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최고 수준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본업에서 성과를 낸 뒤 이를 성장 산업에 재투자하는 '정의선 매직'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선임됐다. 지난 2019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2017년 다보스포럼 기간 중 출범한 수소위원회는 수소에 대한 비전과 장기적인 포부를 가진 기업들이 모여 청정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협의체다. 출범 당시 13개 회원사였던 수소위원회는 현재 20여개국 140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 일본 토요타 등도 멤버사다.
장 사장은 기존 산지브 람바 린데 CEO와 함께 새로운 공동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위원회가 전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수천가지 수소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만큼 장 사장은 앞으로 현대차가 국제 표준을 주도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오닉 5, EV6 등이 각종 '올해의 차'를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최근에는 아이오닉 5 N이 고성능 모델 비교평가에서도 왕좌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최근 독일 '아우토 자이퉁'과 영국 '카 매거진'이 공동주관한 평가에서 '최고의 차'에 선정됐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 패키지, 로터스 엘레트라 R,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니노 파리나, 루시드 에어드림 퍼포먼스 등을 누른 결과다.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아가 EV3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보급형 전기차 판매에 시동을 건 가운데 현대차는 이르면 연내 아이오닉 9 등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밖에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 역량을 모아 로봇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슈퍼널 등 자회사 기술을 활용해 '하늘을 나는 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역대 최대 실적을 계속 갈아치우는 '정의선 매직'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본업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 진두지휘 아래 2013년 투싼 ix35 수소전기차 세계 최초 양산,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 양산, 2020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세계 최초 양산 등 수소 분야 리더십을 강화해왔다. 정 회장은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지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도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CES 미디어 콘퍼런스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소는 지금이 아닌 우리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기차 부문 성과 역시 정 회장이 전용 플랫폼 개발을 일찍부터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경쟁사 대비 발 빠르게 'E-GMP' 플랫폼을 구축하고 아이오닉 5 등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