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이 남부지방에 오는 26일부터 약 3일간 정체되면서 전력수급에는 최악 조건이 나타났다. 중부지방은 장마전선이 오기 전까지 무더운 상태로 냉방 등을 위해 많은 전력을 원한다. 하지만 남부지방에 몰려 있는 태양광 발전소는 장마전선으로 햇빛을 얻지 못해 전력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다.
기상청은 25일 날씨 브리핑을 열고 오는 26~28일까지 장마전선이 저기압에 의해 일시 북상, 제주 남해안 중심으로 영향을 주겠다고 예보했다. 하지만 북쪽에 위치한 고기압이 장마전선의 중부지방까지 북상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장마전선 중심에 있는 제주도에는 최대 150mm까지 많은 비가 예보됐다.
장마전선은 29~30일에 북태평양고기압 확장으로 중부지방으로 북상한다. 여기에 중국 남부 쪽에 온난다습한 공기가 들어와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달 1~2일에도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브리핑에서 계속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부지방은 흐리고 중부지방은 맑은 최악의 전력수급 기상조건이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 시작부터 예보됐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닿기 전인 29일 전까지는 이같은 조건에 해당한다.
전력당국은 지난 24일부터 오는 9월6일까지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여름 최대전력수요를 92.3기가와트(GW)로 예상했다.
다만, 산업부는 최대전력수요 예상치를 뛰어넘을 시나리오로 수도권은 덥고 남부지방은 흐려 태양광 이용률이 줄어드는 상황을 꼽았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산업부는 전력수요가 97.2GW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태양광의 약 60% 이상이 영남과 호남 지방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은 30GW에 이른다. 최대전력수요는 한 시간 동안 순간 전력수요를 말한다. 한 시간 동안 여름철 최대전력수요 예상치(92.3GW)의 3분의 1이 태양광에 좌지우지되는 셈이다.
게다가 기상청은 이번 강수는 시기, 집중구역 등에서 변동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태양광 발전량을 예상하기 더 어렵다 보니 전력수급 난이도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
전력당국은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 동안 '수급대책 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실시간 수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위기 시 예비자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전력수급 예비력이 부족해지면 울산GPS복합, 통영천연가스 등 새로 건설한 발전기의 시운전을 투입한다. 새로운 발전기로도 예비력이 부족하면 수요자원(DR), 석탄발전기 출력 상향운전, 전압 하향조정 등 최대 7.2GW의 비상예비자원을 가동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대통령실, 정부는 지난 16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저출생과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 등을 논의했다. 당정협의회에서 전력수급 대책을 논의한 건 전력수급 안정이 그만큼 중요한 현안과제로 떠올랐다는 걸 상징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전력수급과 재해 대응은 국민 안전의 핵심 사항"이라며 “정부는 극단적 상황까지 고려해 여름철 전력수급에 불안요인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