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 1993년 전 삼성전자 회장인 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신(新) 경영' 선언을 하면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이전의 의식과 행동양식에서 기왕의 바꿀 수 없는 것은 빼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어 질적으로 혁신하자는 의미로 회자됐고, 이러한 혁신을 통해 삼성은 세계일류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생존전략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사례는 비단 삼성뿐만이 아니었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위한 발상의 전환, 구글의 '알파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새로운 도전 또한 혁신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 성공사례는 어떤 함의를 갖는 것이고, 이런 성공을 위해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혁신을 존중하고, 이를 올바르게 평가(밸류에이션:Valuation)하는 '혁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많은 자원과 시간이 투입됐고, 그 노력의 결과물로 산출된 '혁신기술'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의식과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혁신기술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혁신을 올바르게 존중하는 대표사례는 특허기술에 대한 신뢰성 있는 평가이다. 특허는 권리자에게 새로운 발명에 대한 혁신의 대가로 20년간의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 그리고 새로운 혁신을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허제도는 또 다른 혁신을 낳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허제도는 이제 기술보호에 한정되지 않고, 부동산을 매개로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과 같이 특허권을 매개로 혁신기업들이 초기사업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 기반의 금융을 일으킬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특허와 금융이 만나면서 누구나 신뢰하고 인정할 수 있는 '특허 담보가치 평가'의 정착 여부가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실거래가공시를 통해 가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부동산과 달리 무형자산인 특허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받을 때 발명진흥법에 근거한 '발명 등의 평가기관(2023년 말 현재 특허청 지정 등록기관 33개)'으로부터 특허권의 가치를 사전에 평가받아야 한다.
특허권 가치평가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특허의 상대적 우수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서비스되고 있다.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는 '특허를 시스템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까'라는 발상에서 2009년부터 특허평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특허 분석평가시스템 개발을 착수했고, 이듬해 특허를 시스템으로 평가한다는 것에 주위의 우려와 관심을 동시에 받으며 특허분석평가시스템(SMART5) 서비스를 시작했다.
SMART5는 특허 5대 강국인 중국·미국·일본·한국·유럽의 등록특허 번호를 입력하면 1분 안에 해당 특허의 가치를 질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온라인 특허평가시스템으로, 특허 가치평가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시켰다.
서비스 시작 이후로 많은 이용자로부터 신뢰성을 인정받은 SMART5는 2013년부터 신용보증기금의 '지식재산(IP) 우대보증'이라는 금융상품과 연계돼 자금이 필요한 혁신기업에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SMART5 평가 후 일정등급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는 지식재산 우대보증 상품은 현재까지 약 7000개 혁신기업에 1조 3000억 원을 지원해 혁신기업 탄생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SMART5는 지방 곳곳으로 IP금융을 확산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SMART5와 연계한 지식재산 우대보증 상품은 충남신용보증재단·전북신용보증재단 등 지역금융기관에도 확산돼 지역혁신기업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SMART5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시스템으로 특허를 평가한다는 발상은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지식재산 평가서비스 시작은 새로운 도전인 동시에 무모한 시도였다.
그러나, 특허평가시스템 서비스 운영 이후 14년여 동안 SMART5 특허평가 서비스와 함께하는 지식재산 금융은 특허기술 기반의 혁신기업들이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입증했다. 현재 SMART5는 단순한 특허가치 평가서비스를 넘어 △지식재산 금융 △지식재산 거래 △보유특허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우리나라 대표 특허평가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도 SMART5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특허가액(價額) 평가 서비스 개발 등 다른 분야에서 또 다른 혁신으로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