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조원 vs 9909억달러(약 1370조원).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1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다. TSMC 몸값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급성장해 삼성전자와 비슷해졌다. 4년여가 지나 이제는 2배가 넘는 격차가 나고 있다.
TSMC,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특수'를 등에 업고 질주하고 있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나홀로 '노조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첨단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업체간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흔들리는 모양새다. 메모리에서는 이익을 내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성장 분야에서는 경쟁사를 추격하는 입장이라 상황이 긴박하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2661억5400만대만달러(약 53조7736억원)로 집계됐다고 전날 발표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매출이 2078억6900만대만달러(약8조8000억원)로 작년 같은 달보다 32.9% 뛰었다.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을 확실한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AI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엔비디아 최첨단 칩의 경우 TSMC가 사실상 전량 생산하고 있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나아가 기술 측면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TSMC가 이르면 다음주 중 바오산 공장에서 2나노 반도체 첫 시험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험 생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내년부터 양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 역시 엔비디아에 이어 TSMC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TSMC 기자총액은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장중 1조달러를 터치했다.
인텔의 행보도 발 빠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에 최대 195억달러(약 26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반도체법은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설비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인텔은 해당 자금을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주의 설비 건설·확충에 쓸 계획이다.
TSMC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는 노조가 없다. 공장이 24시간 내내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상황은 전혀 다르다. TSMC와 인텔이 무서운 속도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1위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HBM쪽은 아직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을 교체하는 '승부수'까지 띄운 와중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전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지난 8일부터 사흘간 1차 파업을 진행한 뒤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수정했다. 특히 이들은 '공장을 멈추겠다'는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며 해사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전날 총파업 선언문에서도 “우리는 분명한 라인의 생산 차질을 확인했다"며 조합원들에게 집행부 지침 전까지 출근 금지, 파업 근태 사전 상신 금지 등 지침을 공지했다.
전삼노가 파업 목적을 '생산 차질'로 내걸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전삼노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삼성 근로자들의 무기한 파업은 글로벌 테크에 위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BBC는 “전삼노는 이번 파업으로 회사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지만 삼성전자는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외신들도 반도체 부문 파업 여파에 주목하고 있어 글로벌 고객사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론은 이미 전삼노에 등을 돌린 상태다. 이들이 지난달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호화 파티'를 연 것이 분기점으로 꼽힌다. 평균연봉 1억2000만원이 넘는 '귀족노조'가 명분 없이 '파업 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삼노는 이번 총파업에 따른 요구안으로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내걸고 있다.
전삼노가 작년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는 다음달이면 없어진다. 이때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어느 노조든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5개 노조가 각자 교섭 체제에 돌입하면 전삼노의 파업 동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최대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3만1000여명이다. 이는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4.8%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