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격차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을 연이어 인수하며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놓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을 미리 점찍으며 역량을 확보해나가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xford Semantic Technologies)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2017년 옥스퍼드 대학교 교수 3인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데이터를 사람의 지식 기억 및 회상 방식과 유사하게 저장·처리하는 '지식 그래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식 그래프'는 관련 있는 정보들을 서로 연결된 그래프 형태로 표현해 주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결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빠른 정보 검색과 추론을 지원해 보다 정교하고 개인화된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생활에 사용되는 기기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지식 그래프로 변환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연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가 데이터 처리 최적화 및 고도의 추론이 가능한 지식 그래프 기술을 개발해 이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유럽 및 북미 지역의 금융, 제조,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 회사들과 협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와 여러 프로젝트를 협업하며 다각도로 기술력을 검증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더욱 진화된 '개인화 지식 그래프' 핵심 기술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인화 지식 그래프 기술은 서비스와 앱별로 분산돼 있던 정보와 맥락을 연결해 나만을 위한 기기를 사용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용하면 할수록 나를 더욱 잘 이해하는 기기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부터 강조한 온디바이스 AI와 결합해 민감한 개인 정보가 기기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모바일 뿐만 아니라 TV, 가전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겸 삼성리서치장(사장)은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데이터 지식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한층 더 높이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전 제품에 걸쳐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개인화 AI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AI 기술 혁신을 지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은 지난 5월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를 품에 안았다.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곳이다.
소니오는 의학 발전을 통한 전세계 임산부와 태아 건강 증진을 목표로 지난 2020년 설립됐다. 산부인과 초음파용 진단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 이력 및 내역을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IT솔루션 및 AI 진단 보조 기능을 개발해 왔다.
삼성메디슨은 소니오 인수를 통해 유럽의 우수 AI 개발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자사 의료용 AI 솔루션에 소니오의 진단 보조기능 및 리포팅 기술력을 더한다는 생각이다. 양사 기술 협업을 통해 향후 의료진의 진단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진단 품질 또한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외에 'C랩'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사내 397개, 사외475개 등 총 872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이 중 537개 기업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스타트업 전시관에 'C랩 전시관'을 마련해 15개 과제와 스타트업들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