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를 앞세워 자원과 인구가 풍부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에서 배터리셀부터 차량까지 직접 생산하는 것은 물론 충전 인프라 확장 등에도 속도를 내며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 '현대 전기차 충전 얼라이언스' 구축···고객 접점 늘리기 본격화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9일(이하 현지시각)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가이킨도 국제오토쇼 2024' 현장에서 민간 충전 사업자 6개 업체와 '현대 EV 충전 얼라이언스(연합체)'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 전기차(EV) 고객은 '마이현대' 앱으로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타 업체의 충전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하나의 앱으로 여러 업체의 충전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 및 결제할 수 있는 로밍 제도를 도입한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얼라이언스 구축에 참여한 7개 업체는 인도네시아에서 총 429개소 696기의 EV 충전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민간 EV 충전기의 약 97%를 차지한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EV 신차 고객에게 현대 EV 충전 얼라이언스 소속 업체의 충전소에서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충전량 50kWh를 매월 제공하는 'EV 충전 서비스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제공된 충전량은 다음달부터 사용 가능하다.
현대차는 이박에 EV 신차 구매 고객에게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무료로 지급하고 현지 대형 쇼핑몰 등과 협력해 인도네시아 최초의 초고속 충전 시설을 운영하는 등 더 나은 충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자원·인구 대국' 인니···EV 전용 공장 가동준비 '이상 無'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셀-전기차로 이어지는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전기차 생태계의 미래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준공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은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장착해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양산을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에서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줄 수 있는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물론 현대차·기아의 다양한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일찍부터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2022년 9월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 내 HMMI를 준공하면서 아세안 시장 개척을 위한 행보를 이어왔다. 약 77만7000㎡ 부지에 오는 2030년까지 약 15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HMMI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아세안에 만든 완성차 공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HMMI는 가동 2년여 만에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올해 1분기 기준 HMMI 생산능력은 2만300대, 생산실적은 2만2520대를 기록하며 110.9%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공장(114.9%)을 제외하고 해외 공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현대차는 지난해 7475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43.8%) 1위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을 앞세워 전기차 선도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한편 특화 차량 등 현지화 판매 전략으로 아세안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아세안자동차연맹에 따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자동차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335만5136대 수준이다. 현대차가 생산거점을 가동 중인 인도네시아가 29.9%의 비중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지난해 기준 2억7750만명으로 인도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 세계 1위로, 원자재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2030년에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