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 컨테이너선
홍해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아랍 진영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해운업계 실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2334억원·영업이익 1352억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 전망치를 10% 가까이 상회했다. 팬오션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웃돈 것은 4분기 만이다.
벌크부문은 매출 8116억원·영업이익 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10.5% 오르면서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컨테이너·탱커 부문과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익성도 높아졌다.
발틱벌크운임지수(BDI)도 평균 1854p로 같은 기간 41% 높아졌다. 중남미를 덮친 가뭄 때문에 급감한 파나마운하 통항량이 운임 인상으로 이어졌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2628p로 167% 급등했다. 중국업체들이 자국을 향한 규제에 밀어내기로 선제적 대응을 하면서 한국을 지나칠 정도로 물량이 몰린 것도 수치 상승에 일조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지나가는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면서 해당 노선의 선복 공급이 완화된 까닭이다. 우회노선은 '직항' 대비 왕복 기준 2주 가량 항해 기간이 길다.
HMM도 매출 2조8735억원·영업이익 7261억원을 달성하는 등 각각 9.4%, 353.2%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성적표도 기대하고 있다. 4~5월 미국 노선 장기계약 운임이 갱신된 것도 실적 상승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대한해운 역시 매출 4127억원·영업이익 865억원으로 각각 20.1%, 32.5% 성장이 예상된다.
업계는 하반기 업황이 상반기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컨테이너의 경우 올 상반기 글로벌 물동량이 전년 대비 7.1% 늘어났다. 유럽과 미국의 수요 회복과 계절적 성수기 진입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선복 공급이 10% 이상 불어나면서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7월5일 3733.8까지 높아졌던 SCFI는 이번달초 3332.67로 낮아졌다. 향후에도 1만TEU이상급 대형선 투입이 운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길어지는 희망봉 우회가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것을 계기로 '피의 보복'을 천명하고, 미국도 해·공군 전력 급파를 결정하는 등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BDI도 1966에서 1675로 하락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철강 수요 둔화와 항만 철광석 재고 증가로 중국의 수입이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서양 수역에서 공급우위가 이어진 것도 언급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철광석과 철강재 판매가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인도네시아를 덮친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석탄 선적수요가 촉진됐으나, 미국 곡물 수출이 둔화된 것도 벌크 시황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미국 대선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까닭에 시황 회복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선가가 꾸준히 높아진 것도 향후 공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