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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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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밀어내기 공세’ 조짐… “韓 기업 70%가 피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6 15:15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자국 소비 부진… 완제품 재고율 7개월만에 3배

배터리·섬유·철강·화장품·전기장비 등 국내 제조업과 수출 경쟁 심화

중국산 철강

▲중국 허베이성 소재 바오우그룹 어저우공장(사진=로이터)

우리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겪는 어려움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저가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내 완제품 재고율은 2022년 4월 20.11%까지 상승했다가 지난해 11월 1.68%로 하락했다. 과잉생산된 상품을 해외에 저가로 판매한 영향이다. 그러나 올 6월 기준 4.67%로 반등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5.1%)를 하회하는 4.7%에 머무는 등 경기 부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다시 재고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세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철강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2.5p로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조강생산량(5억3057만t)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등 수요 부진이 더욱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물량을 한국을 비롯한 국가로 밀어내는 것도 문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로 들어온 수입산 철강재는 788만3000t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으나, 중국산(472만5000t)은 1.6% 늘었다. 이로 인해 후판을 비롯해 국내 철강재 유통가격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BEP·t당 300달러)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등 석유화학도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골머리를 앓는 업종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장기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납사크래커(NCC) 가동률은 2021년 94%에서 2023년 74%로 급감했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2030년까지 진행되는 것도 악재다. 국내 기업들이 범용화학 비중 축소를 포함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를 포함해 국내 제조업의 70%가 중국 밀어내기의 피해 영향권에 들었다고 분석했다. 전국 2284곳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이 매출·수주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한 기업이 27.6%에 달했다.


'현재까지는 영향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곳도 42.1%로 집계됐다. 내수기업 보다 수출기업의 체감도가 더 크게 나타난 것도 특징이다. 특히 2차전지 업종은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한 비중이 61.5%에 달했다.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35.2%), 전기장비(32.3%)를 비롯한 업종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배터리의 경우 리튬·니켈 등 메탈값 하락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에도 중국발 공급과잉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완제품 역시 중국 현지에서도 내년 배터리 생산력이 수요를 3배 가량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전기차 침투율도 40%를 넘은 만큼 잉여물량을 토대로 유럽과 아시아 등 외국 진출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업종에서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우리를 쫓아온 상황"이라며 “고부가 제품 개발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필수로, 연구개발(R&D) 세제혜택 등 정부차원의 지원사격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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