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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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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반짝 오른다지만, 정제마진 꺽인 정유업계 ‘울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13 15:13

OPEC+ 감산 축소·중국 수출량 확대…하반기 정제마진 우려

드라이빙·여행 시즌 진입 및 냉방 수요 따른 업황 회복 반론

정유업계

▲정유4사 CI

국내 정유사들의 올 2분기 성적표는 1분기 보다 좋지 않았다. 미국 휘발유 수요 부진 등으로 정제마진이 하락한 탓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과 운송비 및 운영비 등을 제외한 값이다. 해상운임 급등으로 유럽향 경유 수출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업황 회복 여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지난달 정제마진은 국제유가 상승에도 전월 대비 소폭 증가한 모양새다. 주차별로 봐도 점진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형성됐다. 이스마엘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암살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최근 이어진 하향 흐름은 끊어졌으나, 지난 4월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9달러 가량 낮은 상황이다.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4.7%에 머무는 등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탓이다.


오래된 자동차·가전제품을 새 것으로 바꿀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6월 중국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2.0% 증가에 그치고, 승용차 판매량은 2.7% 감소했다. 6월 원유 수입량이 전년 대비 11% 줄어든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부진은 글로벌 지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분기 글로벌 석유 소비량이 전년 대비 일일 71만배럴 늘어나는 등 2022년말 이후 가장 적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원유 재고도 4개월 연속 불어나면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많아졌다.


업계는 △드라이빙 시즌 진입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을 상회하는 글로벌 항공 수요 △냉방용 연료 사용 증가 △금리 인하 등에 따른 경기 활성화 등이 하반기 업황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멕시코 정제설비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언급된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올해 일일 108만배럴에 달하는 순증설이 이뤄질 것이라던 예상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큰 손'들의 행보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우선 중국의 경우 하반기 수출량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원유 처리량을 줄였음에도 산업 수요 부진으로 발생한 공급과잉을 외국에서 해결하겠다는 심산이다.


전유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중국 정제품 수출량은 1억9800만t으로 기존 쿼터의 60%를 소진했으나, 9월 중 3차로 1500만t 쿼터 할당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반기 중국 수출량 증가는 정제마진 상단 제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유가격이 높아졌음에도 지난달 마진이 6월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오히려 경유는 낮아진 것도 정제마진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지난해 11월부터 자발적으로 줄였던 산유량을 늘리기로 한 것도 국제유가 상승을 제약하고 있다. OPEC+는 현재 일일 586만배럴 규모의 감산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내년까지 정해진 물량(366만배럴)을 제외한 만큼을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단계적으로 회복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일일 최대 220만배럴에 달하는 증가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보급 확대 등으로 석유 수요 피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올 경우 미국발 공급과잉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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