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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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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대학·벤처와 합작 ‘지방간 신약’ 청신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0 17:00

KAIST·연세대·벤처기업과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 개발 성공

세계인구 30% 앓아도 치료제 없어…전임상 동물모델 개발이 걸림돌

한미약품, 대사질환 신약개발 주력 중…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기대감

한미약품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왼쪽부터),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박준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안진희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KAIST

한미약품이 국내 대학 연구진과 산학협력을 통해 전 세계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지방간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성과를 거뒀다.


20일 한미약품과 카이스트(KAIST)에 따르면, 한미약품 R&D센터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 연구팀, 연세대 의과대학 박준용 교수 연구팀,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안진희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 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는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 동물모델을 개발했다.


MASLD는 음주(알코올)가 아닌 대사이상으로 발생하는 지방간 질환으로 지방간에서 시작해 지방간염(MASH), 간섬유화,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는 만성질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MASLD는 전세계 인구 3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아직 제품화된 치료제가 없다. 이 중 전세계 성인 인구 5% 이상이 앓고 있는 MASH의 경우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미국 제약사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MASH 치료제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SLD 또는 MASH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의 질환 진행 과정을 그대로 모사할 수 있는 적절한 전임상 동물모델이 없어 발병 기전 규명과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공동연구진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MASLD 환자와 매우 유사하게 지방간, 지방간염, 간섬유화, 간암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동물(마우스)모델을 개발, 현재 개발 중인 약물을 실제 투여해 지방간·간염·간섬유화 진행이 억제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에 개발된 동물모델에 투여한 약물은 호르몬의 일종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약물로, 현재 한미약품 역시 이 계열의 M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미약품은 MASH 후보물질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GLP-1 계열의 삼중작용 MASH 치료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지난 5월 미국 FDA 산하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로부터 글로벌 2상을 계획 변경 없이 계속 진행하도록 권고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 머크에 기술수출한 MASH 치료제 '에포시페그듀타이드'는 향후 수년 내 미국 FDA 허가 및 출시가 예상된다.


특히 한미약품은 항암, 비만과 더불어 대사질환을 신약개발 3대 중점 분야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동물모델이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나 에포시페그듀타이드의 뒤를 이을 신약 개발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제의 경우 오는 2029년 3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산업과 학계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큰 발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KAIST 및 연세대 의과대학 뿐만 아니라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해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2상 임상 진행 중인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와 같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현재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은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의 넓은 스펙트럼과 당뇨,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으나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마우스 모델은 만성 대사질환의 특징을 잘 모사해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 동물모델로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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