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병진 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 팀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제약회관에서 열린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멜로디 프로젝트)' 착수보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국내 최초 '민관공동의 연합학습 기반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참여기관 책임자들의 첫 '상견례' 자리를 갖고 5년간의 개발 여정을 시작했다.
서로 이질적인 다수의 기업·기관이 모여 국내 산업계 최초의 '연합학습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만큼 참여기관들은 무엇보다 '팀워크'를 다짐했다.
2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일 서울 서초구 제약회관에서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멜로디 프로젝트)' 착수보고회가 개최됐다.
이 착수보고회에는 제약바이오협회 산하 'K-멜로디 사업단' 김화종 단장과 유한양행 등 제약사 8곳을 비롯해 카이스트(KAIST), 서울대학교병원 등 사업 참여기관 총 26곳의 연구책임자 60여명이 참석했다.
K-멜로디(K-MELLODDY)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연합학습 기반 인공지능 신약개발 모델'을 만들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와의 경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책사업이다.
유럽의 'EU-멜로디(EU-MELLODDY)'를 벤치마킹한 사업으로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고 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이 주관하며 올해 시작해 2028년 말까지 5년간 실제 기업이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로 개발될 AI 모델은 '연합학습 기반 약물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 예측 AI 모델(FAM 모델)'로 신약개발 임상시험 과정 중 시간·비용 측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약물의 인체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 결과를 예측해 최적의 후보약물을 효율적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그동안 AI 신약개발 모델은 개별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간 일대일 협업을 통해 다수 개발돼 왔다.
그러나 서로 경쟁관계인 다수의 제약사는 물론 대학, 병원, 공공기관이 두루 '원팀(One Team)'으로 참여하는 민관공동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아가 민관이 공동으로 '연합학습' 기반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는 제약분야는 물론 국내 산업 전 분야에서 첫 시도라는게 K-멜로디 사업단의 설명이다.
인공지능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각 기업·기관에 분산 저장된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지 않으면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분산형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이다.
머신러닝 특성상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기초자료(데이터)가 다양하고 풍부할수록 향후 구축되는 AI 모델의 성능도 배가된다.
기존 AI 신약개발 모델이 대부분 약물 효과 예측력 등 성능 측면에서 기대 이하인 이유도 참여기업 제한에 따른 데이터의 다양성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최상위 제약사, 대학, 병원, 연구소, 벤처기업들이 두루 참여해 각자 보유한 다양한 약물·임상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업·기관으로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제일약품 △동화약품 △삼진제약 △휴온스 등 8개 제약사를 비롯해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서울대병원 등 대학·병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등 연구소, 심플렉스 등 유망 벤처기업이 총 망라됐다.
다만 참여기관이 다양하고 서로 보유한 데이터의 형태나 관리기준도 제각각인 만큼 이날 처음 한 자리에서 만난 연구책임자들은 무엇보다 '팀워크'를 강조했다.
사업을 총괄하는 김화종 K-멜로디 사업단장은 “오랜기간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해 왔지만 이번 만큼 규모가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는 처음"이라며 “참여자들이 하나의 벤처기업 구성원이라는 마음으로 긴밀히 소통하며 '원팀'으로 협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각 기업·기관 연구책임자들도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와 역량을 최대한 제공하고 발휘할 것을 다짐했다.
대웅제약의 K-멜로디 사업 연구책임자인 신승우 대웅제약 AI 신약팀 연구원은 “대웅제약은 8억개의 자체 화합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K-멜로디 프로젝트에 6명의 대웅제약 연구원을 투입해 1단계 사업에서만 총 1만여종의 데이터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화약품 연구책임자인 원대연 박사 역시 “이번 사업을 통해 완성될 AI 모델이 기존 모델들보다 우수한 정확성과 성능을 갖도록 국내 최고 역사의 제약사로서 양질의 데이터를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의 김태균 연구책임자는 “4만5000종의 자체 합성화합물을 모두 실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해 풍부한 약물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이승환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만 1년에 1만명의 전자의무기록 기반 임상 데이터가 생성된다"며 “이번 K-멜로디 프로젝트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 예측 성능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창주 한미약품 연구책임자는 “국내기업과 기관들이 보안을 중시하다보니 그동안 데이터 공유가 어렵고 관리기준도 제각각이었다"며 “한미약품은 오픈마인드로 데이터를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