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별 원유 수입 비중
지난 20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지역을 공습하는 등 긴장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를 넘기 때문이다.
22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동에서 국내로 들어온 원유는 3억7371만2000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72.3%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 등 아메리카는 20.9%, 아시아는 4.3%, 아프리카는 1.6%로 나타났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2019년 70.2%에서 2020년 69.0%에서 이어 2021년 59.8%로 낮아졌다가 2022년 67.4%·지난해 71.9%를 기록하는 등 예년과 유사한 수치로 돌아왔다.
국가별로 보면 사우디(31.1%)·아랍에미리트(UAE, 14.5%)·이라크(9.5%)·쿠웨이트(7.6%)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주를 이뤘다. 2019년 OPEC을 탈퇴한 카타르도 5.8%에 달한다.
특히 UAE의 경우 8%대에서 두 자릿수로 올라섰고,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따른 단계적 관세 철폐의 영향으로 향후 수입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올해말 일몰 예정이었던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2027년 말까지로 또다시 연장하는 등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까지 원유 수입에 큰 지장이 있지는 않았으나, 인근 해협을 오가는 외국 민간 상선이 공격을 받았던 만큼 우리도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는 비중동산 원유 수입시 석유수입부과금 한도(L당 16원) 내에서 중동 대비 운송비 초과금을 환급하는 제도로, 호주·브라질·모잠비크·오만·에콰도르를 비롯한 국가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량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결국 중동산 비중이 70%를 다시금 넘어서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대러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산 원유 등 이를 대체하기 위한 물량이 반영된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2019년 국내로 들어온 유럽산 원유는 375만3000배럴(0.4%)에서 2021년 3559만7000배럴(3.7%)로 늘어났다가, 지난해 495만6000배럴(0.5%)로 곤두박질쳤다. 올 상반기는 471만7000배럴(0.91%) 수입됐다. 같은 기간 미국산 원유 비중은 10%대 초반에서 10%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국내 설비들이 중동 지역에서 나는 유종과 시너지를 내는 것도 언급된다. 앞서 미국이 이란에 제재를 가했을 때 우리나라가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미국과 논의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동산 원유가 유럽산을 비롯한 경쟁자 보다 수송비 부담이 적다는 것도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업계·유관기관·전문가들과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민관이 꾸준히 신경쓰는 문제지만, 석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중동과의 장기계약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앞으로도 비중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며 “인근 지역에 대한 외교·군사적 역량 강화 등의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