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유럽 수출 전선에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환경규제에 따른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26년 1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역내 수입업자가 EU배출권 가격과 수입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을 토대로 CBAM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제품의 내재 배출량이 EU가 산정한 무상할당량 보다 낮은 제품은 인증서 부담이 없으나, 반대의 경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국내 철강재의 탄소집약도가 중국·일본·브라질·러시아를 비롯한 국가 보다는 낮지만, EU산과 비교하면 30% 가량 높다는 것이다. 석탄화력·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전체 전력의 3분의 2 가량을 생산하고, 고로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원산지에서 기지불한 탄소비용이 인증서 수량에서 차감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는 가시적인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국내의 9배 이상인 까닭이다. 그러나 국내 배출권 비용을 끌어올리면 내수 및 타지역 수출이 저해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상의는 이를 토대로 2026년부터 2034년까지 철강업계가 지출해야 하는 관련 비용이 2조6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EU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 등 6개 품목에 대해 무상할당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인 것도 악재다. 반면 유상할당은 2026년 2.5%에서 2034년 100%로 늘어날 예정이다.
인증서 구매 비용이 2026년 851억원에서 2029년 1823억원으로 높아진 뒤 2030년부터 3000억원을 넘기고 2034년 558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EU로 향하는 국내 기업들의 CBAM 대상 품목 중 철강재가 지난해 기준 90%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철강재 수출에서 EU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기업들이 CBAM에 주목하는 이유다.
EU향 철강재 수출은 2018년 42억달러(12%)에서 지난해 49억달러(13%)로 확대됐다.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일본향 수출도 정체되는 상황에서 유럽 지역 판로가 좁혀지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한 기업들이 전기로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에 발목이 잡힌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스웨덴 SSAB가 저탄소 제품 파일럿 생산을 앞두고 있고, 중국 바오우도 그레이 수소를 활용하는 설비를 구축한 사례에 뒤쳐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사격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여기에는 △청정에너지 인프라 확충 △탄소중립 혁신기술 투자 △관련 제품에 대한 녹색조달 확대 등이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어려움 등 '설상가상'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별 에너지믹스와 철강재 생산량을 비롯한 차이점을 설파하고, 특정 지역 또는 국가에 유리하지 않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