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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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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ESG ‘뒷전’… 올해 ESG채권 발행 코로나때보다 적은 41조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09 14:56

ESG채권 단기간 57배 급증했다

올해 발행규모 41조원 ‘21% 뚝’

재무구조개선에 못써 용도 제한적

불황·고금리에 ‘단순 회사채’ 선호

LG엔솔

▲LG에너지솔루션이 발간한 'ESG 리포트 2023'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올해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악화와 고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흔들리고 재무관리가 중요해지면서 ESG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크게 줄었다는 진단이다.


9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지난해까지 상당한 규모였던 ESG채권 발행이 올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발행규모 전년比 21.38% 줄어···코로나19 때보다 위축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G채권은 올해 1~8월 기간 동안 41조4763억원에 발행하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52조7540억원 대비 21.38%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1~8월 동안 발행 규모인 42조5620억원 보다 적은 규모로 집계됐다.


ESG채권은 발행자금이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을 통칭하는 단어다. ESG가 최근 몇 년 동안 재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채권의 발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ESG채권 발행 규모는 2018년 1조2500억원, 2019년 25조6873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연간58조884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년 만에 4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후 지난해까지도 2020년 이상의 물량이 발행돼 왔다.




이 같은 흐름과 반대로 올해 발행 실적이 크게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극도록 발행 물량을 줄인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권이나 공공기관은 올해도 여전히 지속적으로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발행의 큰 축이었던 대기업들이 발행량을 극단적으로 줄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한화에너지 등 10대 그룹 계열사 이외에는 ESG채권을 발행한 기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까지 일반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ESG 채권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히 떨어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일반 채권의 수요가 좋다보니 굳이 ESG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고금리 맞물려 기업들 생존 위태···“ESG 보다 단순 회사채가 답"

이는 올해 경기 위축으로 인한 불황과 고금리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0.02%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불황으로 오히려 역성장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1년여 만이다.


아울러 경기 불황과 심각한 고금리가 맞물렸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도 경기 위축이 심각했으나 그 때는 기준금리가 0.5~1.25%로 역사적인 저금리가 지속됐다. 이에 기업들이 큰 이자 부담 없이 ESG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국내 기준금리가 3.5%가 유지되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 경기 위축으로 이전보다 수익이 줄면서 일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ESG채권까지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발행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ESG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다소 낮은 편이나 조달한 자금을 ESG 분야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산업권에서도 당장 생존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전만큼 ESG에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당장 ESG에 집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별도로 자금의 활용에 대한 심사 등 준비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단순 회사채를 발행해 ESG 이외 목적에도 조달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다.


산업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ESG채권 발행에 관심이 있었던 기업이 올해는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업 상황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굳이 ESG를 내세우지 않고 단순 회사채를 발행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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