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탱커과 가스선 등 최근 업황이 좋은 선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중형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은 1302만CGT(656척)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다. 한국의 수주량은 124만CGT(54척)로 같은 기간 27.8% 증가했다.
이 중 HD현대미포는 99만CGT(43척)로 32.2%, 중형조선사(25만CGT·11척)의 경우 12.8% 늘어났다. 중형탱커(89만CGT·38척)가 18.6%, 중형액화천연가스(LPG)운반선도 28만CGT(14척)로 28.4% 확대된 덕분이다. 자동차전용선(PCC) 수주량도 6만CGT(2척)로 214.3% 급증했다.
수주 점유율은 7.3%에서 9.5%로 높아졌다. HD현대미포는 5.7%에서 7.6%, 다른 기업들의 점유율 총합도 1.7%에서 1.9%로 확대됐다.
상반기말 수주잔량은 219만CGT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말 대비 0.8% 줄어든 것으로, 건조량 보다 30% 이상 높은 수치다.
탱커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형 조선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벌크선의 발주량을 넘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운송거리가 길어진 데 따른 수혜를 입은 셈이다.
신조선가도 최근 113~115K(LR2)급 선박이 75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2021년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6개월간 모든 선형에 걸쳐 신조선가가 7% 이상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 증가율은 발주 증가율(약 40%)을 하회했다. 인력난 장기화가 영업활동 제한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중형 LPG운반선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중으로, 2021년 7월 7000만달러 수준이었던 60KCuM급 선박의 신조선가가 올해 들어 9000만달러를 웃돌고 있다. 최근에는 사실상 전량을 HD현대미포가 수주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시아 소재 선사와 총 3899억원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4척이 포함된다. 다른 기업들은 탱커 위주로 영업성과를 냈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HD현대미포는 올 2분기 영업이익 174억원으로 7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 2019~2021년 2조원을 밑돌던 연매출이 지난해 4조원을 넘어 올해 4조4000억원에 달하고, 3년간 이어진 연간 적자도 마감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중형 컨테이너선 수주가 부재했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선조선의 워크아웃으로 수주전에 뛰어드는 '선수'가 HD현대미포만 남았을 뿐 아니라 선박 대형화 흐름 등의 영향으로 3000TEU 이하급 선박의 발주가 없었던 탓이다. 지난해 상반기 수주량도 2척에 머물렀다.
중형벌크선 역시 발주량이 368만CGT(210척)로 전년 동기 대비 42.5% 축소된 점을 고려해도 국내 기업들이 부진한 선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수치로 보면 상황이 괜찮으나, HD현대미포의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며 “다양한 기업·선종의 국내 건조를 통한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는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원활하게 하고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