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따라 글로벌 철강업계가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 방식 보다 효율성이 높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인프라 확보 등 경제성 향상을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프로그램 디렉터(PD)는 2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탄소중립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R&D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열린 국회철강포럼 정책세미나에서 “유동환원로 방식은 분철광을 쓸 수 있어 펠렛 제조 공정이 필요없고 저품위 원료도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응기 안에 철광석 원료를 쌓아놓고 환원하는 샤프트 방식은 천연가스(CH4)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분철광석)을 직접 사용할 수 없는 탓에 고품질의 펠렛을 필요로 한다. 원료 수급이 어렵고 펠렛 생산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는 것도 단점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코크스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것으로, 크게 유럽과 북미 철강사의 샤프트 방식과 우리나라의 유동환원로 방식으로 나뉜다.
신명균 포스코 저탄소제철연구소장은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HyREX)' 상용화 기술을 완성하고 2030년대 중반까지 250만t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건설하는 전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차원의 지원사격이 외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2조7000억엔(약 24조30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고로 수소환원, 직접 수소환원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이 기금을 활용해 지난 4월 파일럿 샤프트로 설비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에서는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스웨덴 사브·독일 잘츠기터와 티센크루프를 비롯한 기업들이 그린스틸 전환에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4억달러(약 5314억원) 규모를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111'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중으로, 탄소포집(CCS)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혜택도 30% 가까이 높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철강산업 탄소저감 관련 정부 연구개발(R&D)에 10년간 660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의 투자가 이뤄졌다. 수소환원제철 전용 사업도 부재한 상태다.
어기구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는 “수소환원제철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것 같다"며 “우리도 다른나라 정도의 투자는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높은 단가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조달이 쉽지 않고 그린수소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경제성에 의문을 자아내게 만드는 요소다.
이 PD는 “현재로서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고로 기반 공정 대비 경제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를 통해 나올 제품이 공공 또는 민간에서 쓰이기 위한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KIET) 소재·환경산업실장도 수소환원제강이 비중 있는 규모로 생산되기 위해서는 △개발된 기술의 검증 △적합한 규모의 설비 구축 및 비용 확보 △청정수소·전력 공급 가능성 및 비용문제 △단가 인상을 흡수할만한 시장에서의 충분한 수요 등이 충족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혁신공정 기술의 제약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민·관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린 철강재의 충분한 수요기반 창출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도 수소환원제철의 성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